살면서 더러 이런 일도 나에게 생긴다. 윤석열 당선자를 어제 술집에서 만난 것이다.
대통령당선자가 서울 서촌의 외진 주점인 ‘백석, 흰 당나귀’에 불쑥 나타난 사실이
오늘 아침에사 생각을 해보니 좀 경이롭다. 그야말로 ’불쑥’이다.
그 집엔 나와 동행한 이상기 전 한국기자협회장 외에 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는데,
아무런 사전 노우티스 없이 당선자가 김은혜 대변인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취재진도 없었다.
우리 둘은 화요 두 병을 이미 비운 상태라 취해가고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윤 당선자가 나타난 것은 역설적으로 술빨을 더 오르게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좀 주접을 떨었다는 얘기다.
나는 당선자에게 이런 바람을 피력했다. 정권교체를 국민들이 좀 실감하게 해 달라.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는데, 다른 건 별로 기억에 없다.
당선자보다는 김은혜 대변인의 수고를 더 격려하지 않았던가 싶다.
이상기 회장은 당선자나 김 대변인과 구면이라 좀 길게 얘기를 나누었다.
나의 주접은 이런 것이다. 사진 촬영을 시도하다 제지당한 것이다.
경호원들의 제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은 잘 모르겠고 ’백석, 흰 당나귀’ 박 선생이 아예 나의 스마트폰을 ‘압수’해 버렸고,
나는 계속 그걸 돌려달라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촬영은 하질 못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이상기 회장의 사진 한 장이 달랑 들어있다.
이 회장 뒤 보이는 테이블에 윤 당선자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생각해보니 생각할 수록 당선자를 그런 자리에서 만난 게 놀랍다.
어떤 측면에서 나로서는 그야말로 ‘업 클로즈 앤 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
그러니까 밀착취재의 기회가 왔었다는 것인대,
그 기회를 내가 어떻게 했는가를 지금도 곰곰이 리뷰해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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