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경동시장 장보러 가서 사온 한우 스지.
원래 그런 계획, 그러니까 스지를 사 먹을 생각이 아니었다.
그런데, 푸줏간을 지나다 하도 싱싱한 게 있길래 그냥 막무가내로 담아온 것이다.
1kg 12,000원이니 다른 부위에 비해 저렴하다.
나는 소고기의 여러 부위 가운데 유달리 스지,
그것도 한우 스지를 특히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스지는 우리 집 제사 상의 탕국거리여서
입에 익숙하긴 했지만 썩 즐겨먹지는 않았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그게 입에 당겨지는 것이었다.
아마도 어릴 적 제사를 떠올리게 하는 향수의 먹거리여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가끔씩 스지 만을 별도로 사서 먹는다.
아내도 스지에 대한 나의 기호감을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보더니만,
언제부터인가 동조하는 입장이다. 아내도 잘 먹는다는 얘기다.
물에 담가 피를 뺀 후 초벌로 한 시간 정도 푹 삶았다.
그리고 꺼내 토막으로 썰었다. 3등분한 것인데, 양이 꽤 푸짐하다.
나머지는 냉동실에 보관해 얼려놓고 그때 그때 꺼내 먹으면 된다.
초벌로 삶은 것, 보여지는 시감과 만져보는 촉감으로 미뤄 마츠맞게 익은 것 같다.
이제 다시 한번 더 삶으면 된다.
그리고는 다른 거 아무 것도 필요없이 오로지 소금만 있으면 된다.
소금에 찍어서 한 입. 그리고 소주 한잔이면 일요일 오후가 풍족할 것이다.
스지로 푹 우려낸 국물은 된장을 풀어 대파와 마늘 풍성하게 썰어놓고 그냥 떠 먹든가,
그게 양이 차질 않으면 그냥 들이키면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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