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꿈에 김일성이 나타났다.
검은 인민복에 검은 뿔테안경, 뒷 목의 혹 등 기억되고 있는 그 인상 그대로였다.
내가 김일성과 함께 앉아 어떤 사람을 그에게 소개시켜 주는 자리였는데,
어렴풋하지만 젊은 여자였던 것 같다.
김일성이 아주 흡족해하며 내 손을 잡고는 내 손바닥을 슬슬 문지르고 있었는데,
꿈 속일지라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깼다. 새벽 3시 경이었다.
그 후로 잠을 다시 이룰 수가 없었다.
김일성을 구체적으로 좀 알고있었다. 젊었을 적 북한관련 일을 한 탓이다.
한반도 적화를 위해 6. 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은,
우리 한국사람들로서는 잊혀질 수 없는 나쁜 사람이다.
더구나 북한에서의 세습권력장악을 위해 그가 저지른 일들은
악행 그 이상의 것들이다. 그러니 나의 김일성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는 없다.
진즉부터 악마로 규정해오고 있던 터다.
김일성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준비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됐다.
김일성과의 이런 저런 인연들이 겹쳐졌기에 그 꿈이 나로서는 이상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상하고 희한한 건 김일성을 본 그 꿈이 그리 기분이 나쁜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꿈을 꾸고는 아침부터 여즉껏 잊고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갑자기 생각이 났다.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평소의 나답지 않게 연결의 고리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행심도 더해진다. 개꿈일까, 용꿈일까.
꿈에서 만난 김일성.
아마도 내가 꿈에서 만나 본 사람들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제일 큰 사람일 것이니,
좀 우스꽝스럽지만 나로서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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