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박집’이라는 게 있다는 걸 실감했다.
어제 여의도 ‘화목’이라는 순대국집을 갔다가 그런 것이다.
오후 5시30분부터 장사를 한다는 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고
그보다 20여분 앞서 갔다. 그런데 가게 입구부터 뭔가 이상했다.
사람들이 가게문 앞에 몰려있는 것이다.
알고보니 몰려있는 게 아니라 나름들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안을 들여다봤더니, 넓지않은 공간의 자리들이 다 찼다.
늘어서있는 줄은 가게문 앞 뿐만이 아니었다.
밖에까지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 아무튼 나도 그 줄에 끼어 섰다.
줄 서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나같은 노년층은 물론이고 중년 나이의 사람들도 보이질 않는다.
줄 서있는 젊은이들끼리 서로 하는 말이 이렇다.
5시 반에 오픈한다 하고서는 5시에 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점을 줄 선 젊은이들은 다소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함께 하기로 한 친구가 왔고,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줄에서 이탈했다. 나이먹은 주제에 그런 줄에 끼여있다는 게
민망할 뿐더러 가당찮은 짓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아무리 토요일이라지만, 이른 저녁시간에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저 순대국집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저럴까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겼다. 그 이유를 금방 알았다.
유명 셀럽, 그러니까 인기있는 한 연예인이 유튜브로 그 집을 소개한 이후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름을 밝히자. 성시경이라는 젊은 뮤지션이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먹을텐데’라는 방송을 탄 후 그 집에 사람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있는 것이었다.
젊은 나이가 아니라서 그럴 것이지만, 일반론적으로 보더라도 이런 과도한
쏠림현상은 이해가 잘 가질 않는다. 어느 정도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화목순대국집’이라는 곳이 오늘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광화문 세종문회회관 뒤에 같은 이름의 순대국집이 유명하다는 건 십여년 전부터 알고있었다.
광화문의 그 집이 여의도의 이 집과 옥호가 같으니 유명세를 탈 수는 있는 것이지만,
알기로 두 집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맛이 좋아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몇 번 먹어본 바로는
특별히 그렇다는 걸 개인적으로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그렇고 그런 맛이었다.
그러면 이유는 좁혀진다. 성시경이라는 유튜버 때문이지 않겠냐는 것.
‘먹을텐데’라는 방송을 나도 몇번 봤고, 요즘도 어쩌다 가끔 보기는 한다.
내 나이 쯤에 느끼는 성시경이라는 캐릭터는 젊은 층과 비교해볼 때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나는 성시경이 어떤 가수고,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에 관해 전혀 모른다.
다만 ‘먹을텐데’를 보면서, 젊은 친구가 술, 특히 소주를 아주 분위기있게
잘 마시고있구나 하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딱히 어떤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다.
그런 성시경이 젊은 층에게는 가히 폭발적으로 먹혀들고 있기에,
성시경이 유튜브로 소개한 그 ‘화목순대국집’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있는 것 아니겠는가.
격세지감, 그렇다. 격세지감 외에 어떤 별 다른 표현이 있을까.
친구와 나는 격세지감 그 것으로 오늘의 이 혼란감을 마무리지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들은 ‘화목’을 버리고 나왔다. 아무리 유명세를 타는 ‘맛집’이라지만,
그런 분위기에 부화뇌동할 처지는 아니라는 또 다시 말하지만 자격지심 때문일 것이다.
친구와 나는 서로를 다독였다.
우리가 저리 줄을 서 먹을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다른 순대국집을 찾아가자.
‘화목’ 바로 건너 편 2층에 다른 순대국집이 있었다. ‘제일 순대국집.’
우리가 그 집을 찾아들었을 때, 그 집은 텅텅 비어있었다.
젊은 주인보고 내가 말했다.
아니, 바로 저 앞집은 문전성시인데, 이 집은 왜 이렇소이까.
주인이 씁스레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인 역시 그 원인을 성 머시기 유튜브로 돌리고 있었다.
주인의 그 말 속에서 뭐랄까, 어떤 억울함 같은 게 느껴졌다.
말하자면 순대국으로 하자면 우리 집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데라는.
우리들은 순대국밥과 소주를 시켜 먹고 마셨다. 순대국밥 맛은 훌륭했고, 따라 나오는 반찬들도 좋았다.
특히 석박지는 국물과 더불어 맛이 아주 좋아 몇 번을 리필해 먹었다.
그 집에 들어셨을 때 친구와 나는 ‘화목’에서 흡사 쫓겨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화목’을 깎아 내리고자 하는 용심에서 ‘제일 순대국집’ 맛이 좋다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분명 맛이 있었다.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들은 순대국을 먹으면서 속으로 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우리 먹는 동안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 어쩔까하는.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우리들이 자리를 잡고 먹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 집에 손님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우리들이 소주 2병을 비우고 나올 적에는 그 집도 ‘화목’처럼 자리가 꽉 찼다.
줄을 선 손님들은 없었지만, 가게 앞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참고로 '제일순대국집'은 샛강역 2번출구에서 KBS 별관 쪽으로 내려오면서 '화목'이 들어서있는 경도상가 건너기 전 한 건물에 2층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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