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 '꼼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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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taste

부산 자갈치시장 '꼼장어구이'

by stingo 2022. 11. 14.

부산하면 자갈치시장이고, 자갈치시장하면 꼼장어구이라고들 한다.

물론 다른 해물들도 풍성한 곳이 자갈치시장이지만,

우리들, 그러니까 나와 동생들은 모두 마산 갯가 출신 처지들로서

그나마 좀 많이 접하지 못한, 이색적인 게 꼼장어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산 출신만 있는 게 아니다. 아내는 서울이고, 매제는 울산이 고향이다.

그런 매제가 제의한 게 자갈치시장 꼼장어구이이니,

울산 출신 매제도 꼼장어는 많이 못 먹어봤던 모양이다.

그저께 여동생 딸래미, 그러니까 조카 혼사로 부산에 내려간 김에

자갈치시장 꼼장어구이 먹은 걸 얘기하자는데 사설이 좀 길었다.

혼사를 치른 '가정성당'이 있는 초량동에서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거리는 바로 코 닿을 듯 가까운데, 토요일 오후라 차들이 엄청 얽혀있는데다,

부산이라는 곳이 도심과 부둣가의 도로 사정이 달라서 빙빙 돌아 가느라 그랬다.

오랜 만에 가보는 자갈치시장은 옛 기억으로 보자면 완전 달라져 있어

어디가 어딘지를 모를 지경이었다.

마침 날도 흐린 데다 비 또한 예보되고 있어,

시장 초입의 '장어 거리'에서 우선 눈에 띄는 포장 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장어 거리' 장어구이 집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가게 앞 거리에 포장을 치고 거기에 손님을 받는 식이다.

앉자마자들 숨 돌릴 새도 없이 주문부터 하라고 한다.

메뉴 설명을 부탁했더니 그런다. 메뉴는 딱 두 가지, 숯불구이와 양념무침구이라고 했다.

장어도 종류가 많다. 꼼장어구이 집인데도 물었다.

무슨 장어냐고 물은 것은, 혹여 회로 썰었을 때 '아나고'라 부르는 붕장어가 아닌가해서 였는데,

돌아오는 답은 당연히 꼼장어다.

꼼장어는 예전 포장마차에서 소주 안주로 즐겨 먹던 먹장어 바로 그것이다.

먹장어는 짚풀에 구워먹는 '짚풀장어구이'의 그 장어로,

부산에서는 기장의 '짚풀장어구이'가 유명하다.

1997년 부산서 한 일년 간 근무할 적에 몇번 가서 먹은 적이 있다.

숯불구이와 양념구이 두 종류를 시켰다.

두 메뉴의 차이가 하나 있다.

숯불구이는 살아있는 장어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양념구이는 안에서 구운 것을 양념으로 무친 것이라는 점에서

장어의 살아서 팔팔 뛰는 생동감을 직접 보는 그런 느낌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물론 양념구이에 들어가는 장어도 살아있는 것이다.

먼저 숯불화로가 테이블에 놓여지고 이어 석쇠 위에 장어가 얹혀 나왔다.

과연 살아서 퍼덕이는 장어였다.

살아서 퍼덕거리는 장어를 보는 순간, 그 싱싱한 감에 벌써부터 입맛이 다져지는 것이다.

양념구이는 그 뒤에 나왔다.

두 장어구이의 맛에 있어서의 차이는 사람마다 좀 다를 것이지만,

우리 일행은 확연히 둘로 갈렸다. 매운 것 좋아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으로.

양념구이는 숯불구이에 비해 양념 때문인지 좀 매웠던 것이다.

나로서는 숯불구이를 먹다가 양념구이를 먹는 맛도 오묘했다.

맛이 오묘했다는 건, 그만큼 소주를 부른다는 뜻일 것이다.

혼례 뒤풀이에서 사양했던 소주인데, 꼼장어구이를 보니 사양이고 뭐고 없었다.

동생들과 한 잔, 매제와 한 잔, 조카 내외와 한 잔, 그리고 모두들 함께 한 잔.

아내도 두어 잔 마신다. 아내 소주 마시는 모습은 정말 오랜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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