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포항 죽도시장의 한 허름한 식당, 아침 먹으러 앉았다. 회비빔밥을 시켰다.
간밤의 술로 인한 숙취가 간단치 않은 것 같아 해장술로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넉넉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안주하라며 멍게 한 보시기를 가져다 준다.
이즈음의 멍게 맛이 영 신통치않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한점을 그저 건성으로 입에 물었는데, 어라, 이건 다르다.
멍게 특유의 향이 파-악하고 입안을 감싼다.
연이어 몇 점을 더 먹었다. 예전에 먹던 그 우렁쉥이 맛, 분명 그것이었다.
내가 그 멍게 맛에 감탄을 하며 먹으니,
함께 한 서상문 박사가 아주머니더러 멍게를 좀 더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한 보시기를 더 가져왔다.
그것마저 젓가락 몇번 놀리니 말 그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이내 사라졌다.
서 박사가 다시 아주머니를 부르길래, 내가 나섰다.
계산을 해 드릴 터이니 아예 한 접시를 가져다 달라.
아주머니는 하지만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역시 찌게다시 수준으로 한 보시기를 더 내 왔다.
그 후로 멍게를 어떤 형태로 더 먹었는지는 소주 빨 때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특유의 싱싱한 우렁쉥이 맛을 본 것은 실로 몇십년 만이 아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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