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 시니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할아버지의 이름이 이채롭다.
'최고다'이다. 굉장한 이름이지 않은가.
전북 김제에서 할머니와 함께 마술을 선보이려 출연한 82세의 할아버지다.
'최고다' 할아버지 내외는 줄곧 명랑하고 활기찼고, 그에 곁들인 마술로 청중들을 즐겁게 했다.
할아버지의 이름이 그러하니,
아내인 이종순(76) 할머니도 '최고'로 건강하게 할아버지를 닮은 모습이다.
두 분 모두 우리는 어디서든 "나는, 아니 우리는 최고다"라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읽혀진다.
'최고다' 할아버지를 대하니 예전 지하철 역에서 만난 한 소년이 생각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최고봉'이었다. 그 이름을 적은, 유난히도 큰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그게 신기해 물었다.
그 이름, 누가 지은 것이니?
아버지가 요.
왜 그렇게 지으셨지?
모든 것, 모든 일에 항상 최고가 되라며 그렇게 지으주셨어요.
'최고봉'이라는 그 아이를 만난 후 과연 걔가 항상 최고로 되어 자랐을까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최고다' 할아버지를 오늘 만난 것인데,
둘다 최 씨 성인 '최고다'와 '최고봉', 이 할아버지와 소년은 혹여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이름은 운명을 지닌다."
유난히 이름에 집착한 독일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폴 탈리히가 한 말이다.
이름이 운명을 지닌다는 건, 우리로 치면 사주팔자와 관련이 있을 것인데,
서구에서도 이런 점에서는 우리들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모양이다.
가령 스톤 (Stone) 이나 써니 (Sunny)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은,
돌맹이처럼 딴딴하거나 카리브의 태양같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얘기인 것인지...
오래 전 어떤 책을 쓰면서 도입부가 영 시원찮아 골머리를 섞인 적이 있다.
야생화를 가꾸고 연구하는 분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 때 '이름은 운명을 지닌다'라는 첫 머리 글로 술술 잘 풀려나간 적이 있다.
그 때 그 분 이름이 榮周였는데,
풀자면 꽃이 주변에 두루두루하다는 얘기이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맞아떨어지는 이름이 아닌가.
이름이 운명과 괘를 같이 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떤 바람이나 기원을 담아 이름을 짓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나의 작은 아들의 이름은 '봉걸'이다.
'봉걸'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봉걸.
예전 씨름판을 누비던 거인 아닌가.
우리 아들의 이름이 '봉걸'인 이유가 있다.
아이는 태어나마자 죽을 병에 걸렸다. '유미흉(Spontaneous Chylothorax)'이라는 병
아이가 어떻게든 살아나 씨름선수 이봉걸처럼 튼튼하게 자라 주었으면 하는 바람.
아이는 이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좀 부실하긴 하지만 군대도 갔다오고 지 할 일은 다 한다.
일단 자기 이름의 덕을 봤다는 생각이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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