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
산림학자이며 현재 문화재관리위원장인 전영우 박사가 펴낸 책이다.
전 박사로부터 받은지 꽤 되지만 그동안 보질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펼쳐본다.
이 책은 조선의 숲이 황폐화됐된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조선 500년의 부정적인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감을 안긴다.
안타깝고 아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조선의 나무와 숲에 대한 연구라는 전문적인 영역과 더불어
산림정책을 포함한 조선 후기의 그 모든 것이 결국 왕조가 망해가는 쪽으로 방향이 설정되고 있었음을 넌지시 시사해주고 있는
역사서의 의미도 함께 내포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전 박사는 책 제목 그대로 조선의 숲이 황폐화돼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진단한다.
즉 산림정책의 부재와 조림 및 양묘기술의 미비, 민간참여 배제와 권력층의 부패 등으로 보면서
그에 관련한 풍부한 연구자료와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왕실과 권세가 등 권력층의 국가관리 산림의 사적 점유는
조선후기 특히 바다에 연한 연해 소나무숲 황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연구결과 밝히고 있다.
소나무 황폐화의 한 원인으로 톱 제작기술과 보급 미비를 들고있는 게 서글퍼면서도 한편으로 재미있다.
부실한 ‘잉거톱’ 제작 기술은 물레방아 동력 제재 톱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동력톱이 없었기에 재질이 단단한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 목재는 재목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따라서 목재 이용은 판재 가공이 어려운 단단한 활엽수재 대신에 도끼로 쉬 짜개고, 자귀로 쉽게 다듬을 수 있는 있는 소나무에 집중됐고,
소나무에 집중된 목재 이용 형태의 부작용은 고스란이 소나무 자원 고갈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전 박사는 이 책에서 조선의 산림 황폐화의 와중에서도 개인과 공동체 등 민간의 산림 육성 및 보호활동에 주목하면서
그와 관련한 한 인물을 역사 속에서 꺼내고 있다. <노상추의 일기>로 잘 알려진, 정조시대 무신이었던 노상추(盧尙樞; 1746-1829)가 바로 그 사람인데,
노상추는 향리인 경북 선산의 조상의 묘지 주변에 나무를 심고 육성하여 벌채 이용한 과정을 67년 동안 쓴 일기에 꼼꼼히 적었다.
그러니까 노상추의 종묘 및 산림육성 노력은 <노상추의 일기>에 포함되고 있던 것이었는데,
전 박사가 노상추의 그 부분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별도로 부각시킨 것이다.
주마간산 격으로 보고 간단히 적어본 것인데,
아무튼 전 박사의 노고가 간단치 않았다는 게 느껴지는 역저로 평가하고 싶다.
아울러 ’소나무 박사‘로 일컬어지는 전영우 박사의 우리나라 산림에 대한 사랑이 이 책에서 물씬 느껴지기도 한다.
전 박사에게 ’소나무 박사‘라는 별칭이 주어진 게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 박사는 국민대학교 산림학과 교수 퇴임 후 현재는 문화재관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나와는 고등학교 동기 친구이다.
#조선의숲은왜사라졌는가#전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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