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昔御堂.
조선시대 원래 이름으로 하자면 덕수궁은 경운궁이었기에 경운궁 석어당이 되겠다.
이 건물은 덕수궁에 있는 여러 건물과 달리 단청을 입히지 않아
보기에 좀 우중충하고 울적하게 보인다. 그런 만큼 석어당에 얽혀진 얘기들도 많다.
석어당은 원래 성종의 큰 형님인 月山대군의 사저였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선조가 몽진 끝에 還御했을 때 경복궁과 창덕궁이 소실되고 없어
부득이 거처로 삼으면서 왕궁이 되었으니 일종의 행궁 노릇을 한 것이다.
선조는 그 후 여기서 죽기까지 16년을 살았다.
석어당이라는, '옛 임금의 집'이라는 당호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 후에도 석어당은 이런 저런 조선 역사 속의 한 무대가 된다.
광해군 때 인목대비가 유폐된 곳도 석어당이고,
인조반정 후 인목대비가 광해군을 무릎 꿇인 곳도 바로 여기 석어당이다.
석어당은 또한 한 여인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월산대군의 부인인 순천 박 씨가 남편이 젊은 나이에 죽고 혼자 살다가
연산군에 의해 강제 능욕을 당한 후 스스로 목을 매 죽은 것인데,
그러니 석어당은 순천 박 씨 부인의 억울한 영혼이 맴돌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토요일, 석어당에 얽힌 그런 어두운 역사들을 떠올리며 석어당에서 좀 오래 머물렀다.
석어당을 와서 볼 적마다 나에게 우울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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