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북한산은 바야흐로 진달래山川.
신동엽 시인이 노래한 그 진달래산천.
오늘 아침 나름 협착증극복 산행 중
중흥사 못미쳐에서 만난 진달래가 무리지어
나를 반긴다.
대남문, 천신만고 끝이다.
산성입구서부터 2시간 반 걸렸다.
협착증 허리는 그냥 무덤덤하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욕심내 오버하지 말자.
그리고 구기동 내려가면 막바로 집으로 가자. 조신하게.
구파발 쪽 북한산 산성계곡에서 올라 삼거리에서 대남문 쪽으로 올라가다 만나는 석상.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서 있다. 1980년대 이 코스로 오를 때부터 세워져있던 것이니, 40년은 족히 넘었다.
수 없이 이 코스를 오르락거리며 봐았지만, 지금도 이 석상의 이름이 무엇인지,
누가 세웠는지에 관해서는 모른다.
2018년 1월에 호기심에 이 석상을 오랫동안 살펴본 적이 있다.
아래 기단 부분에 조그맣게 글씨가 적혀있었다.
'산수(山樹)헌주 문 00'이라 적혀있고, 그 아래에 단기 몇 년, 서기 몇 년으로 석상을 세운 연도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연도는 글이 흐릿해 읽을 수가 없다. 석상 뒤에 뭔가 기록이 있을까 싶어 살펴보니 없다.
결국 '산수헌주 문 00' 만으로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그 글은 문 00라는 분이 세운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일게다.
문 00이란 분이 누구일까 싶어 그때 북한산 서북사무소에다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모른다고 했다.
생각컨대 문 00이라는 분은 어떤 소망을 위해 이 석상을 세웠을 것인데,
그게 개인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보다 차원이 높은 것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불교적인 것으로 단정짓기는 좀 애매하기에 아마도 샤머니즘적인 차원에서
이 석상을 해석하는 게 타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석상의 표정이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볼 적마다 그 표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아주 인자하고 풍성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오늘 보니 좀 다르다.
뭔가 수심에 잠겨있는 표정으로 내게 비춰지니 말이다.
북한산을 실로 오랜 만에 올랐다. 4-5개월은 족히 됐을 것이다.
이유가 있다. 허리협착증이라는 게 찾아왔는데, 주의사항 중 하나가 등산은 하지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산엘 가지 않았다. 그러다 요 근래 허리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오늘 시험삼아 북한산을 오른 것이다.
힘이 들었다. 몸도 무겁고 발도 무겁고 허리도 무거웠다. 수도 없이 쉬었다.
그렇게 해서 구파발 산성입구에서 대남문, 구기동까지 4시간 걸렸다.
평소 컨디션 좋을 때보다 한 시간 가량 더 걸린 것이다.
구기동에 내려오니 그냥 주저앉을 것 같았다. 물도 안 갖고 간 산행이니 무엇보다 목이 말랐다.
우유 중짜를 하나 사서 그냥 한 입에 마셨다.
그리고는 지체없이 불광동 쪽 버스를 탔다. 그리고 집으로 왔다.
집엘 오니, 오늘 따로 떠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파발 쪽 막걸리가 어떻고 저떻고 한다. 그냥 한마디로 묵살시켰다.
지금 씻고 누워있다. 미안하다.
삼성헬스 거리계로 14km 정도 걸은 것으로 나와있다.
나에겐 무리다. 이 무리가 자칫 허리병을 재발시키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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