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청으로 가는 설악의 산길.
막바지가 끝청이다.
이쯤이면 거진 다 왔다.
그러나 끝청 오르기가 예사 일이 아니다.
숨은 턱에 차오르고 지친 걸음은 흐느적거린다.
여기서 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끝청에 올랐을 때,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다.
운해(雲海)다.
공룡, 용아의 내설악 쪽은 해걸음,
막바지 해를 머금은 구리 동빛이지만,
외설악 쪽은 구름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 장관에 말문이 막힌다.
어느 봉우리 하나 소홀하지 않게
하얀 구름이 촘촘히 흘러 들어 바다를 이뤘다.
구름바다 어느 가장자리엔 황혼이 스며들어 붉은 빛이다.
그 바다 위로 우수수 바람이 불면,
구름 물결도 우수수 바람결 따라 흐른다.
그 흐름은 지친 우리들을 어루만져 주는 몸결이다.
풍덩 뛰어들어 안기고 싶은
부드러운 몸결의 구름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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