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펭귄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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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동네 ‘펭귄할머니’

by stingo 2023. 5. 20.

예전 사진을 보여준다. 애바 가드너를 쏙 뺐다.
그리 얘기하니, 쓸쓸하게 웃는다.

나, 이래봬도 이대 모델 출신이예요. 이대 모델?
그래, 이화여대 모델 말이야. 이화여대에 모델?
그럼, 우리 젊었을 때에는 그런 게 있었지.

우리들 사이에 ‘펭귄’으로 불리는 동네 한 할머니와의 이런 저런 대화가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좀 울적하다.
70 나이를 넘긴 어느 날 갑자기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와 움직일 수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넘어져 허리와 다리를 크게 다쳤다. 그러니 걸을 수가 없게 됐다. 걷지를 못하니 살이 불었다.
좋던 몸매가 살 때문에 망가지면서 키도 줄고 얼굴도 변하는 등 엉망이 됐다.
초비만의 몸매에 뒤뚱거리는 걸음, 그리고 항상 검은 옷의 입성, 그러니 영락없는 펭귄의 모습이 된 것이다.

자신의 그런 처지를 비관해 자살 기도도 두번 했었다고 한다. 그 때 다친 속 때문에 위장약을 달고 산다.
보청기를 했는데도 귀가 잘 들리질 않으니 말이 없어졌다.
그런 할머니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이어서인가, 고함치듯 말하는 할머니의 말이 끝이 없다.

스마트폰 속의 사진 한 장을 또 보여준다.

우리 딸이야, 서강대 영문과를 나와 지금 영문번역 일을 하고 있어.
며칠 전 집으로 오라 해 내가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을 다 줬지.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그랬지.
내가 서도민요를 했는데, 딸도 나를 닮았는지 잘 해.
그래서 갖고있던 장고 등을 걔한테 다 준 것이지.

합동공연을 따님하고 한번 하시지요 했더니 쓸쓸하게 웃었다.
쓸쓸하고 슬픈 ‘펭귄할머니’였다.
미구에 닥칠 내 처지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펭귄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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