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찍어주는 사진 속의 나는 언제, 어떤 곳에서든 보기에 참 생경하다.
그저께 오전 국회 행사장에서 후배들과 앉아있는 내 모습은 참 많이 늙었다.
후배들도 이제는 60대 후반 나이들로,
나와는 겨우 몇 살 차이가 나질 않은데도 나만 홀로 늙은이의 모습이다.
긴한 약속 때문에 점심자리를 함께 못하고 먼저 나왔는데, 한 후배가 사진을 보내왔다.
저 사진을 보면서도 만일 저 자리에 내가 앉아 있었더라면 또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니,
자칫 자리를 망칠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정동 중앙공원에서 노인들과 시간을 보낸 후 빗길 속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멀직히 저 앞에서 경찰차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일방통행의 농로에다 나 혼자 밖에 없었기에,
저 경찰차는 분명 나에게 오고있으리라는 추측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좀 움추려들었다. 맞았다.
경찰차는 내 앞에서 스르륵 멈추더니 앞 창문이 열리며 앳돼 보이는 경찰관이 나를 좀 의미심장한 눈길로 보며 말을 건넨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이름을 얘기해주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 경찰관이 뒤에 앉은 동료에게 몇 마디를 주고받는 듯 하더니 나를 보며 괜찮으시냐고 했다.
내가 좀 퉁명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경찰관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하는 말이 이렇다.
신고가 들어왔다. 동네에서 한 노인이 실종됐는데, 이 근방에 비슷한 한 노인이 헤매고 있다는 것.
그래서 농로 인근을 순찰하다 멀리서 걷고있는 나를 보고는 다가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경찰은 나를 그 실종노인으로 오인한 것인데,
내 행색이라든가 좀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를 보고는 그리 짐작했던 모양이다.
경찰관은 그리고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차와 함께 나를 스치듯 떠났다.
나는 한 동안 그 자리에 서서 경찰차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무슨 이런 노릇이 있을까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중에
엉뚱하게도 이런 호기심이 들었다. 나를 떠나간 저 경찰차는 얼마 못 가 길이 막혀있을 것인데,
과연 좁은 농로에서 어떻게 차를 돌려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는.
얼마 안 있어 경찰차는 차를 돌려 나왔고 나를 스치듯 떠나갔다.
갑자기 비오는 공원에서 만난 한 노인 생각이 났다.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곁에 몇몇 분들이 계셨는데, 다들 술을 마다하니 자작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노인은 술을 마시면서 고함같은 노래를 불렀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으나,
간간이 들리는 흥얼거림 속에는 흘러간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담긴 노래였다.
그러고는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도 불렀다. 그 노래는 내가 아는 것이니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gettin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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