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대중가요든 클래식이든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데 비해 그 노래들을 그리 많이 불러보지는 못했다. 그게 나이가 들어가니 뭔가 이걸 풀어보자는 쪽으로 욕구가 이어지는 것 같다. 요컨대 근자에 노래를 부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한 계기가 있다. 얼마 전 친구들과 교대역 부근에서 낮술을 한 후 한 친구의 제안으로 노래방으로 가서 노래를 불렀다. 대부분 ‘뽕짝’ 류의 노래들이다. 나도 예전에 불렀던 노래를 한 두어 곡 불렀다. 그러다가 문득 평소에 흥얼거리지만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른 노래가 나훈아의 ‘붉은 입술’이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의 여부를 떠나 그 노래 한 곡을 부른 후 내 속이 시원하게 뚫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한 곡을 또 불렀다. 방주연의 ‘꽃과 나비’인데, 내가 그런 노래를 부를 줄 미처 몰랐던 친구들은 의아해하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https://youtu.be/UegUn_OZeeA
어제 집에 있으면서 또 문득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더 구체적으로는 배우고 익혀 불러봐야겠다는 다소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한 곡이 있었다. 빈센조 벨리니(Vincenzo Bellini)의 ‘바가 루나 께이나르젠티(Vaga Luna Che Inargenti)’라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가곡이다. 이탈리어 어를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이 노래를 익혀 부른다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예전 1970년대 이탈리아 ‘상레모 가요제’ 수상곡인, 우리 말로 ‘마음은 집시’로 번안된 니꼴라 디바리(Nicola Di Bari)의 ’일 꾸오레 에 우노 징가로(Il cuore e uno zingaro)‘를 그냥 소리나는대로 가사를 익혀서 잘 불렀던 경험을 떠 올렸다. 그래서 멜로디는 많이 들어 익히 잘 알고있으니 그대로 가사만 외워 익혀 부르면 될 줄 알았다.
https://youtu.be/Lc4vKmTzBv8
그렇지만 젊었을 때처럼 마음 먹은대로 되질 않았다. 이탈리아 어의 음악적인 운율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알고있어야 했다. 이를테면 “Vaga Luna che Inargenti…” 시작되는 이 노래를 단어별로 끊어서 부르면 안 되고 음절이 이어지게 “바가 루나 께이나르젠티…”로 불러야 하는 것인데, 가사 전반이 그러니 그걸 일일이 익혀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걸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에 이 노래 가사에 대한 이해와 부르기에 관한 채널이 여럿 있었다. 어제 이 채널들 두 서너개에서 가사를 이 노래부르기에 적용시키는 공부를 저녁까지 꽤 열심으로 해 어느 정도 감은 잡았지만, 노래부르기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yEjoK6MyXVs
’Vaga Luna…’ 이 이탈리아 가곡과 함께 또 부르고싶은 노래는 우리나라 가곡들인데, 그 가운데서도 이수인 선생의 ‘내 맘의 강물’과 박판갑 선생의 ‘산노을’을 한번 소리내어 불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이수인 선생 생전에 듣기로 ‘내 맘의 강물’을 제일 잘 부르는 성악가로 팽재유 선생을 주저없이 지목했기로, ‘팽재유 풍’으로 배워 따라 불러볼 것이고, ‘산노을’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신영조 풍‘으로 익혀 불러볼 것이다. 이 가곡들을 익혀 부르기를 나름으로 내시 기대하면서 엊저녁 늦게 ‘그 집앞’을 한번 크게 소리 내 불러보았다.
https://youtu.be/paOfM5OhjMA
#VagaLunaCheInarge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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