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친구들과 강원도 휴양림으로 놀러갔다.
나는 웬 떡(?)인가고 나 혼자 집에서 만사 좀 잊고 조용히 있으려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몸 좀 움직이면 매사가 일 천지다. 어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주방의 가스레인지 후드는 고장이 난 상태였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밥 짓는 일 할 적에 베란다 문과 창문을 열어놓고 하면 된다는 생각에 후드는 그냥 있는둥 마는둥 했다.
그런데 그게 어제 갑자기 요란한 소음과 함께 작동을 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기름때가 덕지덕지한 후드는 손 대는 것 조차에 기분이 스멀스멀 불쾌했고,
원인이 뭔가고 들여다보며 만지작거렸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후드의 메뉴버턴은 이미 불능 상태라 끌 수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이 소음을 내면서 팬 만 그냥 돌아가고 있었다.
그 상태로 어젯 밤을 소음 속에서 잠을 설친 채 보냈다.
오늘 아침 계속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는 후드를 보면서 당장 필요한 건 전원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매달렸다. 우선 후드 덮개를 빼내려니 바스라진 금속 조각과 기름 때 뭉쳐진 것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려와 주방은 엉망이 됐다. 하지만 그래도 전원 부분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을 했다. 오늘 오후 3시 경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그 동안 어떻게 전원이 수리가 된다면 고쳐 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이소로 가서 후드클리너와 후드필터를 사 놓았다.
관리실에서 사람이 왔다. 대강 설명을 했더니 알았다며 후드 덮개를 빼 내려는데,
다시 녹쓴 금속조각들과 미세가루들이 쏟아져 내리니 불쾌한 표정으로 중지하고는 메뉴버턴을 몇 번 눌러본다.
그러더니 더 이상 만질 수도 없고 손을 쓸 수가 없다면서 교체하는 것 만이 답이라고 했다.
건성으로 하는 듯한 그 사람 하는 짓이 좀 마뜩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원만 좀 찾아달라고 했고, 그 사람은 혼자서 궁시렁대면서 안 쪽을 헤집더니 용케 전원을 찾아 배선 코드를 뺐다.
이 일로 거의 오늘 나의 낮은 거진 다 보냈다.
후드는 아내 오면 상의해 교체하기로 마음 먹고는 그 상태로 놓아두고 잠시 쉬고있었다.
그 때 카톡 메시지 하나가 떴다. 우체국에서 보낸 메시지인데,
누구누구로부터의 택배가 곧 현관에 도착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이게 뭔 택배? 라는 의문과 동시에
어제 한 친구로부터 받은 전화가 생각났다. 어디서 쌀이 좀 생겼는데 우리 집으로 부쳐주겠다는 것이다.
친구가 보낸 그 쌀이 도착하려는 것이었다. 잠시 후 현관 밖에서 뭔가 쿵!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 큰 상자 하나가 있었다.
크고 무거웠다. 집 안까지 들여놓느라 애를 쓸만큼 무거웠다. 쌀 두 포대가 들어있었다.
친구의 정성이 고마웠다. 이 무거운 것들을 우체국으로 들고가 부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두 포대를 주방 베란다로 갖다놓아야 했다. 한 포대 씩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었던지 나는 두 포대를 통째로 들어 옮기려했다.
그리고는 기어코 낑낑대면서 그 쌀을 주방 베란다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거실 쪽으로 나오는데 허리가 시큰거렸다.
나는 내가 척추관협착증이 있다는 걸 잠시 깜빡한 것이었다. 그 허리가 요즘들어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시큰거리게 하는 일을 한 것이다. 지금 거실 소파에 앉았는데 허리가 욱신시큰거리며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나 혼자 ‘홀로있음’의 며칠들 중 이미 삼분의 이가 어두컴컴한 거실 한 구석으로 날라가고 있었다.
#가스레인지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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