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근자에 병원 갈 일이 부쩍 많아졌다. 갈 적마다 빠짐없이 까먹는 일이 하나 있다. 마스크를 잊고 가는 것이다.
그 때문에 병원 밖에서 구입한 게 한 두어 번이 아니다. 어제 일산백병원 갈 때도 그랬다.
검사 때문에 갔는데, 시간에 급박해 허둥지둥 병원엘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부터 마스크 때문에 제지 당했다.
뭐라 뭐라 변명을 해도 먹히질 않기에 그냥 막무가내로 들어갔다.
그러면 뭐하나. 2층 검사실 접수구에서도 또 마스크 안 꼈다고 엄한 표정을 짓는다. 변명도 통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마스크를 밖에서 구하겠다 하고 나오려는데, 그걸 지켜보던 어떤 간호사가 마스크 하나를 내민다.
결국 그 마스크를 끼고 검사를 마쳤다.
오늘도 또 병원엘 가야한다. 그래서 집 나가기 전 마스크를 현관 잘 보이는 곳에 미리 놔뒀다.
그걸 또 잊고 나간다면 필시 내 인지력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나가기 얼추 30분 전이다.
0…병원 검사를 마치고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오니 내 그럴 줄 알았다.
선풍기가 켜진 채 뱅-뱅 돌아가고 있었다. 아침에 병원엘 가기위해 집을 나선 후 길을 걸으며
그걸 내가 껐었는지 긴가민가했었던 것인데, 역시 끄질 않고 나갔던 것이다.
집을 나서고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대곡 전철역까지 걸어서 거의 다 왔을 무렵 번뜩, 아, 표고버섯 그 생각이 나는 것이다.
아내는 아침 일찍 해 뜨자마자 강원도에서 사온 표고버섯을 말리려 베란다 바깥 창걸이에 내 놓았다.
그리고 출근하면서 나더러 오늘 혹시 오후에 비가 올지 모르니까 나가면서 표고버섯을 안으로 들여놓으라고 했다.
그걸 깜빡하고 들여놓지 않았던 것이다. 건망증을 새삼스레 탓했지만 별 수가 있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 표고버섯을 안으로 들여 놓았다.
그 때 언뜻 보니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기에 다시금 나의 건망증을 탓했다.
그에는 당연히 선풍기를 끄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인데, 짧은 그 순간에도 그걸 나는 또 깜빡했던 것이다.
그것과 별도로 아파트 집 현관을 나와서는 또 어떤 걸 깜빡했던 걸 생각해냈다.
검사 때 가져오라고 한 처방약을 빠뜨린 것이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약을 챙겨 나오면서 선풍기를 끌 또 한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여전히 까먹고 나왔다. 약은 다섯 알로 콩알보다 훨씬 작다.
그걸 어디에 넣어가기가 마땅찮아 다시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치솔 윗부분을 감싸는 조그만 용기가 눈에 띄길래
그 안에다 약 다섯 알을 넣고는 다시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호주머니에 넣어놓은 약 용기를 만져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꺼내보니 비어있었다.
용기 한 부분에 환기용으로 뚫어놓은 구멍이 있는 걸 모르고 나는 작은 그 알약을 그 용기에 넣었고,
그 구멍으로 약들이 흘러나와 달아나버린 것이다.
그걸 호주머니를 뒤져 찾느라고 한참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궁상을 떨었다. 결국 한 알은 찾질 못하고 네 알만 찾았다.
건망증을 포함한 그런 일련의 일들로 나는 좀 혼란스러워졌던 것 같다.
병원에 오니 검사전에 혈압과 맥박 체크를 해야한다고 했다. 맥박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높으면 검사를 할 수 없다.
그 맥박 체크에 내가 걸린 것이다. 그런 관계로 내 검사는 대기자 명단에서 후 순위로 밀려났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막고 거의 한 시간 가량 맥박을 가라앉힌 후 겨우 검사를 끝낼 수 있었다.
아침 집 나서면서 겪었던 그런 일들이 병원에까지로 이어진 느낌이다.
#건망증#인지력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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