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D+3,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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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D+3, 그리고…

by stingo 2023. 9. 21.

시술 후 3일째, 그 후유증이 만만찮다. 시술의 출발점인 오른 팔 통증과
부기가 가라않지 않고 있다. 이해는 된다. 70여년 동안 어떤 이물질에 닿아보지 않던
'처녀지'인 팔뚝 동맥이 아니겠는가. 거기를 굵은 주사바늘로 뚫어 케이블을 쑤셔넣어
휘젖으니 그 자체로서 충격이 컸을 것이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얘기를 했다. 한 일주일 정도는 통증이 지속될 것이고,
멍도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멍 부위가 차츰 넓어져가고 있었다. 목 뒷부분으로 해서
머리 쪽까지 통증이 이어지면서는 두통 비슷한 증세까지 겹쳐지고 있으니 언듯
시술 후유증이 뇌까지로 연결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생겼다.
다행히 목뒷부분 통증은 손으로 마사지를 하니 그 순간은 가라앉는 것으로 보아
뇌 쪽의 후유증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동맥을 뚫은 부위는 목요일까지  소독과 거즈 갈아붙이기를 하라고 해서
아침에 약국에서 소독약과 거즈를 사서 갈았다. 팔목에는 파스까지 붙였다.
약국에서 두통을 얘기하니, 아마도 시술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 아니겠냐는,
약사로서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건성적이나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목요일 오늘까지 팔목 상처부위를 소독한 뒤 금요일부터는
안 해도 되고 씻어도 된다고 했다.그날 시원하게 한바탕 샤워를 할 것이다.




아침에 외출을 했다. 여의도에서 공덕동까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낮술 한 잔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몸과 마음에 익숙해진 그런 호사도 살다보면
못 하게 될 때도 있는 법이다. 마산서 한식이 형이 올라오셔서 모처름들 여의도에서 모였다.
나는 어줍잖은 선언을 했다. 술, 소맥으로 딱 한 잔만 하겠다.
의아해 하는 한식이, 철이 형 납득시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글래스로 한 잔 가득 받아놓고는 반 정도 마셨다.
한식이 형은 술 마시는 내내 내가 어떤 기미를 갖고 병원에서 일종의 그런 선제 조치를 한 게
신기하다면서도 내 약 올리려는지 연신 잔을 비웠다.




공덕동 철원이 아들  커피숍 ‘스트라다’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공덕 역으로 가는데
비가 철철 내리고 있었다. 공덕시장 청석골 전 집 앞에서 철이 형이 미적거리며 말한다.
우째 우리가 이런 날 이 집을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들어가서 막걸리를 마셨다는 얘기다.
나는 딱 두 잔을 마셨다. 전 집을 나오며 취기 오른 철이 형이 그여코 나를 걸고 넘어지며
한 말 한다. 살다 살다 술 잔 앞에 두고 김영철이가 술 안 마시는 거 처음 본다.






#시술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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