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을 모처럼 갖다오니 쓸 얘기들이 많다. 이번에는 술과 노래다.
나에 관한 한 술을 안 마시니 기와 맥과 흥, 이런 게 쏙 빠진다는 걸 이번에 절감했다.
오랜 만에들 만난 자리니 술이 빠질 수가 없다. 나는 주지하다시피 술을 잘 마시고 어느 자리든 술을 잘 마다하질 않는다.
그런데 이번엔 불가피하게 술을 마음껏 마실 수가 없었다.
한 두어 잔 입에 갖다대는 시늉으로만 마셨다. 그러니 흥과 신이 나질 않았다.
나는 그래도 설마했다. 기분으로 하면 좌중에 휩쓸리며 되겠지했다.
하지만 결코 그리 되질 않았다. 억지로 그리 해보려했지만 그렇게 되질 않았다.
마산 내려가면 노래들을 부를 것으로 예상을 하면서 나는 석정 후배로부터는 ‘강이 풀리면’ 가곡을,
그리고 석태 형으로부터는 안다성의 옛 노래인 ‘엘레나가 된 순이’ 이 노래를 꼭 요청해 들으려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그러니 첫 술판부터 흥이 나질 않았고, 그 분위기는 노래방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석정 후배는 먼저 자리를 떴다.
이런 와중에도 석태 형은 노래 부르러 간 ‘성미’에서 내가 바라는 노래 대신 다른 노래를 불렀다.
박재홍의 흘러간 노래인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고 조영남의 ‘모란동백’ 두 곡을 연달아 불렀다.
노래 분위기가 그래서 그렇겠지만, 목소리가 전에 비해 많이 묵직해졌고 따라서 젊잖게 부른 노래들이었다.
미국에서 20여년 만에 나오신 창호 형더러 한 곡 하랬더니, 무슨 옛 노래를 하긴 하는데 잘 모르는 노래다.
여기에 인성 형이 가세하면서 흥이 돋워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곁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던 천 여사가 오죽했으면 노래를 자청해 나섰을까.
천 여사는 노래를 잘 불렀다. 특히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등 패티킴의 노래를 몇 곡 불렀는데,
패티킴보다 더 잘 부르는 것 같았다.
나도 한 곡 부르긴 불렀다. 딴에는 자신을 갖고 지금껏 많이 불렀던 남일해의 ‘첫 사랑 마드로스.‘
하지만 내가 듣기에도 엉망이라 노래하는 중간에 그만 둘까하는 창피감을 감수하고서 그냥 억지로 불렀다.
그러면서 면피랄까, 다 부르고나서는 엉뚱하게도 마이크 탓을 하는 추태(?)까지 부렸다.
나의 노래인생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다음 날, 친구들과 만나서도 노래 부르러 2차를 ‘성미’로 갔다.
하지만 우리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천 여사만 불렀다. 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취기가 좀 오른 철환 친구가 뭐가 아쉬웠던지 나를 끌고 창동의 노래방으로 갔지만,
거기서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모든 게 말짱말짱한 내 탓이었던 것이다.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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