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감내하기가 무척 힘들다.
어제 북한산에서 내려와 가진 친구들과의 시끌벅적한 뒤풀이에서도 그랬다.
나는 막걸리 한 잔 받아놓고 그걸로 파할 때까지 버텼다.
그 이유를 몇 번이고 말해줘도 씨도 먹히질 않는다. 한잔 씩 마실 때마다 생각나는 모양이다.
그러고는 그 때마다 또 들먹이니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
니, 우짜다가 그리 됐노. 술도 안 마시고. 그 참 희한하네…
너무들 그러니 자리에 앉아있기가 싫어졌다. 그렇다고 박차고 나오기도 그렇고.
빨리 끝나는 게 상책이다.
된장찌게에다 공기밥을 먹자고 누가 그러길래 악착같이(?) 그걸 막았고,
누가 종로빈대떡 2차를 제안하길래 글루 가자며 내가 먼저 일어났다.
그리해서 밖으로들 나와서는 나는 빠졌다.
그리고 잽싸게 버스를 타고 불광동으로 와 전철 타고 집으로 왔다.
친구들이랑 술 한잔 마신다고 금방 죽을 일도 아니다.
병원에서도 반드시 마시지 말라고는 안 했다. 그게 근 한 달이 돼간다.
그동안 마산도 다녀오는 등으로 술자리는 많았다.
그 자리들 마다에서 소맥이나, 막걸리 한 잔으로 버텼다.
고역은 분명 고역이고 지금껏 살아온 바대로라면 할 짓은 못 된다.
그러나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고,
그러면 기왕 마음 먹은 바대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굳이 그에 반할 필요도 없다는 오기가 뻗친 측면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니 모를 일이다. 이러다 정말 술을 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걸.
어제 오랜 만에 북한산 사모바위까지를 올랐다. 힘든 산행이었다.
근 한달 간 산을 오르지 않았으니 발 근육이 풀어진 탓에 다리가 힘들었다.
포금정사 터에서 비봉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에서는 한 열번 정도 쉬었다.
나보다 훨씬 뒤에 출발해 따라오던 한 친구는 결국 나를 따라잡고는 먼저 능선을 밟았다.
그 친구가 나 모르게 위에서 내 사진을 찍었다.
친구가 보내준 그 사진 속의 나는 내가 봐도 놀랄 정도로 정말이지 폭싹 늙은 모습이었다.
#술#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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