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이른 아침인 9시에 대화역 쪽에서 모이는 약속이 있었다.
나는 그 약속의 시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 시간에 맞춰 나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도 그 약속시간에 어떻게 맞춰 나갈까를 생각했다.
그렇지, 전철역까지 가는 데 10여분 정도로 잡고,
대화역에서 슬슬 걸어가는 시간까지를 포함하면 집에서 7시 반에 나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맞춰 6시 쯤 일어나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탔을 때, 그리고 대화역에서 내렸을 때 시간은 넉넉했다.
대화역에서 약속장소로 걸어가는 길은 소슬바람 속 가을의 정취가 물씬했다.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약속시간에
내가 아마 제일 먼저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왔다.
모르는 전화번호라 갸우뚱하며 통화를 하려는데, 상대 쪽에서 “아니, 왜 아직 안 오세요”라고 했다.
모임의 일원인 나보다 선배격인 여자분이었다.
그러면서 “거기 어디세요? 여기 다들 모여있는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휴대폰 시계를 보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는 9시 1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니까 약속시간을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말문이 거의 닫힌 상태에서 지금 택시를 타고 가겠노라며
전화를 끊고는 대화역 입구까지 달려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그러니까 나는 9시가 약속시간이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실제로는 그보다 한 시간 반 전을 7시 30분이 아니라
불과 30분 전인 8시 반으로 알고 집을 나섰던 것이다. 약속시간이 10시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런 증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억해야 할 사안의 내용과 시간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건망증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그 사안의 실행과정에 혼선이 생긴 것으로 나름 생각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인지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 어떤 증상에 해당되는지에 관해 오늘 하루 곰곰하게 생각했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는 건 이와 비슷한 경우가 불과 보름 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산에서 일을 끝낸 그날 새벽1시 반 고속버스 표를 그 전날 예매했다.
그리고 터미널에 와서 그 차를 기다리다 15분 정도를 앞두고 표를 확인하면서 아뿔싸!했다.
그 표는 그 날 새벽 1시 반 차가 아니라 그 전날 새벽 1시 반 차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전날 마산에 도착해 다음 날 올라가는 차를 나름 제일 늦은 차로 하기위해 새벽 1시 반 걸 끊었는데,
그 차는 바로 그 다음 날 첫차였던 것이다. 그러니 예정하고 있던 것보다 하루 이른 차를 예매했던 것이니,
하루 전에 이미 떠난 차였던 것이다.
마산에서의 이런 황당한 사례를 SNS에 올렸더니,
그런 경우를 겪었다는 댓글이 많이 달려 나름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자위를 하고있었다.
그러다 오늘 또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이건 분명 나의 인지력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증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내는 어제 일어난 나의 경우를 듣고는 내일 당장 보건소로 함께 가자고 했다.
보건소는 뭐하러? 했더니 아내는 이런다. “뭐긴, 치매 검사지”라 했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황당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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