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는다는, 금주에 대한 나의 관점은 객관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나에게 상당히 유리한 쪽으로 기울게 한다.
일단 술과 완전히 절연하지 않는다는 게 우선 그렇다. 나는 나로서 느껴지는 취기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니까 그 취기에 못 미쳐지는 그 지점까지를 나는 금주의 상태로 여긴다는 것이다. 한 자리에서 소주 석 잔으로 정하고 있다.
그렇게 마신지 두어 달 돼간다. 소주 석 잔으로 나는 취기를 맛보질 못한다(absolutely).
그러니까 나는 누가 뭐라하든 금주를 실행하고 있는 것인데, 이에 굳이 시비를 건다면 절주라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니 술자리에서의 해프닝이 허다하다. 해프닝이냐의 여부, 그 또한 내 기준에 의한 것임은 물론이다.
자의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자의적으로 반응한다는 얘기다.
그저께 선배들과의 술자리에 나는 한 선배로부터 유독 많은 질책을 받았다.
내가 보기에 그 선배는 취기가 상당한 상태였다.
첫번 째 질책은 이런 것이다. 나더러 거짓말을 왜 그렇게 잘 하냐는 것이다.
평소에 하지않던 좀 거친(?) 말이 선배 입으로부터 나왔다.
“구라치고, 쌩까고, 뻥치고…” 그에다 “소설 쓰듯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나는 그저 밍밍한 웃음에 묵묵부답.
두번 째 질책은 나더러 ’거지‘라고 깔아 뭉개는 것이다. 선배의 그 말은 함께 자리한 다른 한 선배를 얘기하다 나왔다.
“저 친구는 돈이 많다. 그러니 술값을 내도 괜찮다. 그런데 영철이 니는 절대로 내면 안 된다. 왜냐, 니는 거지니까…”
나는 또 흐미한 웃음에 묵묵부답. 곁에서 듣고있던 선배가 듣기가 좀 거북했던지 이런 말을 보탰다.
“언론인은 언제나 가난하고 빈털터리니까…”
금주를 하니 종전의 나와 달라진 게 있다. 귀가 아주 이성적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하기야 정신이 말짱하니 취기의 말도 곧이 곧대로 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귀가 그러하니 눈 또한 그럴 것이고 그런고로 정신도 그럴 것인데,
아무튼 그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할 것 같다. 세상이 점점 더 재미있어져 간다.
나를 몰아붙이 듯 질책한 그 선배는 하지만 이런 말로 마무리를 했다.
“그대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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