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도 집에는 사방에 전기로 연결된 제품들이니, 전기를 모르면서도 하루를 거의 전기와 함께 지낸다.
전기의 고마움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전기와 관련된 무언가가 각중에 탈이 났을 때,
혹은 탈이 날 것으로 예상될 적에 겪는 불편과 귀찮스러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기 콘센트에 관한 얘기인데, 어제와 오늘 이틀 간이 이 콘센트에 짓눌린 시간들이었다 것이다.
살고있는 아파트가 근 삼십년이 다 돼가니 거의 모든 곳이 낡고 허물어져가는 형국이다.
낡은 거실엔 큰 텔리비전이 있는데, 그 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럽다.
각종 전기제품의 전선들이 켜켜이 쌓인 먼지 속에 얽히고 섥혀져있는 게 난마같아 들쳐보기는 커녕 쳐다보기도 무섭다.
그 모든 전선들이 꽂혀있는 콘센트는 단 하나다.
변압기로 이용하는 110볼트 짜리도 있지만, 어차피 그 또한 220볼트 그 콘센트가 전원이다.
그 콘센트는 몸체가 큰 스피커와 거실장에 가려 지금껏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그저께 스피커 손질을 하다 그만 본 것인데, 그 몰골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콘센트 몸체가 시멘트 벽 밖으로 튀어나온 채 그 안의 전선들 또한 먼지와 함께 뒤엉켜있는 것이었다.
하기야 이 집에 산 그 세월 동안 한번도 청소나 손질을 하지 않았으니 그 세월 그대로 낡아져 삭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콘센트의 전선이 부식되고 합선이 되면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건 전기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상식 아닌가.
그런 우려가 들면서 나는 그 때부터 집에 조만간 불이 날 것이라는 공포감이 생겨났던 것이고,
그러면 조속히 그 콘센트를 교체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떻게 교체를 할 것인가.
유튜브로 검색을 했더니 의외로 교체는 간단했다. 그러니 내가 직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건 2구짜리 콘센트일 경우가 그런 것인데 집 거실의 것은 4구짜리였다.
4구짜리 콘센트를 교체하는 유튜브를 보니 좀 복잡했다.
어쨌든 어제 아침에 나름 콘센트 작업을 준비했다. 그 준비작업 또한 예사 일이 아니었다.
스피커와 거실장을 옮기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얽히고 설킨 전선들을 정리해야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먼지를 걷어내는 청소부터 우선적으로 해야했다. 그리고 콘센트 앞에 앉아 밖으로 불거져 나온,
전선이 가닥들로 얽혀있는 몸체를 보면서 이건 내가 할 일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관리실로 전화를 했다. 반응이 시원찮다. 그런 일은 관리실에서 하기가 그런데다 또 4구짜리 콘센트는 일이 좀 어렵고… 운운한다.
좀 강하게 말했다. 할수 있느냐, 못하느냐 가부만 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오후에 한번 들러 보겠다고 하길래,
그럼 그 사이에 4구짜리 새 콘센트를 사서 준비해놓고 있겠노라고 했다. 동네에 철물점이 한 곳 있었다.
근데 그 집이 어제 콘센트를 사러갔더니 이전을 했다. 집에 들어와 동네인근 철물점 검색을 했더니,
가까운 곳은 없었고 한 30분을 걸어 겨우 한 철물점에서 4구짜리 콘센트를 살 수 있었다.
그걸 갖고 집에 와 관리실에 전화를 했더니, 오후에 시간이 없다며 내일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 10시 경에 관리실 사람 두 명이 왔다. 표정들이 시큰둥하면서 이런 일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곁에서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불평을 쏟아놓으면서 마지못해 일을 하는듯 했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들이 대충 이렇다.
“이건 교체해도 쓸 수가 없다. 내부의 콘크리트가 삭아 허물어졌으니,
콘크리트부터 새로 하고 해야하니 그 일하는 사람부터 먼저 부르는 게 났겠다…” 운운.
내가 그러면 콘센트를 벽에 고정시키는 일이 어려우면 일단 새 콘센트에 전선을 끼우는 것만 해달라고 했더니,
투덜되면서 그러면 딱 거기까지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나사못 끼우는 것 등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일이 서툴다.
그리그리해서 전선 끼우는 일을 겨우 끝내는데 거의 두 시간 이 걸렸다. 그리고 그들은 가버렸다.
콘센트는 전선만 끼워진 채 여전히 밖으로 나와 너덜거리는 상태였고,
그걸 혼자서 나름으로 갖은 방법을 동원해 안으로 밀어넣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그래놓고 보니 그래도 훨씬 낫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별로 믿음이 가질 않지만, 딱 거기까지의 일만 한 관리실사람들에게 이것 하나만 물었다.
콘센트를 벽에 고정은 못 시켰지만,
내부적으로 저렇게라도 해 놓으면 합선 등으로 인한 쇼트 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없지 않겠냐는 것.
그들은 “글세요..”하는 반신반의의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집 문을 나서며 하는 말, 집이 낡아 빠졌으니 공사를 해요. 콘크리트도 새로 하고…
#4구짜리콘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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