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한 장의 사진.
박정희대통령이 시해된 다음 날인 1979년 10월 27일 오전 7시,
당시 정부대변이었던 김성진 문공부장관이 중앙청기자실에서 박 대통령 시해와 관련한 정부공식발표를 하고있는 장면의 사진이다.
김 장관은 이날 나와 육성발표를 하기 전에 흑판에 글자부터 크게 썼다. ‘박정희대통령 각하 유고.’
이날 새벽 직장예비군 비상소집이 발령됐다.
예비군복을 입고 종로5가 당시 전매청 맞은 편 골목식당에 앉아서들 무슨 일인가며 서로들 수군거렸지만,
누구하나 비상소집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얼마 후 당시 창덕궁 앞 낙원동에 있던 회사에 들렀을 때 상황을 알았다.
모스크바 한국어방송에서 박 대통령 시해사실을 보도하고 있었다.
딸린 논평은 박 대통령 시해가 김재규와 미국에 의한 합작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 시사점으로 모스크바 방송은 김재규가 하루 전인 10월 25일 글라이스틴 주한 미 대사를 은밀히 만난 걸 들고 있었다.
이게 내가 겪은 ‘10. 26’ 그 날의 첫 경험이다.
‘10. 26’으로 나라는 한시 앞을 점칠 수 없는 그야말로 안개 속 위기의 백척간두에 섰다.
개인적으로 나도 그랬다. 나는 당시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였다. 판문점 남북대화 실무팀 일원으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0. 26으로 무산이 됐다. 박 대통령을 거쳐 최규하 권한대행까지 결재가 났지만,
그 후 들어선 신군부에 의해 백지화 됐다. 나는 상황이 참작돼 원대복귀 됐지만, 그 이후 내 진로도 우습게 흘러갔다.
10. 26은 나라의 방향을 틀어놓은 국가적인 사건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나에게는 적잖은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게 벌써 44년 전이나 흘러 이제는 역사가 됐다.
이 역사 속에서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10.26‘44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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