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티노 평전'을 다 읽었다. 이즈음은 책이 좀 잘 읽힌다. 코로나 바이러스 와중이라서 그런지 되지도 않을 일 별 신경 써서 할 일이 없어 그런 것일까.
아레티노는 르네상스 시대의 괴짜 글쟁이 정도로만 알고 읽었던 책인데, 다 읽고보니 그저 그렇구나 하는 느낌 정도다. 그가 포르노그래피 글의 창시작 격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엄숙하고 고결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던 교황을 속세의 인물 정도로 느끼게 해 준 것도 아레티노다.
또 하나,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아레티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를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 여러 군데서 나온다. 이를테면 특히 여자에 관한 부분에서는 조르바의 생각과 아레티노가 너무 흡사하다. 이 부분은 다음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적을 예정이다.
이 책 나온지가 꽤 됐는데,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번역을 하신 곽차섭 교수(부산대)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다. 인문학자로서의 번역이 좋았다는 말인데, 여태까지 부산대에 계시는 줄은 모르겠다.
이어 읽을 책을 뒤적거리다 택한 책은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전 美 대통령 전기다. 그의 딸 마거렛(Margaret Truman)이 트루먼 별세 직후인 1973년에 쓴 책이다. 이 책은 현직 시절인 1980년대 초에 읽다가 그만 둔 흔적이 남아있다. 예전 통신사 시절, 외국서적을 들고 오는 '신 선생'이라는 분이 있었다.
미 8군에서 어떻게 구해서는 신문사 외신부 등을 다니며 팔던 분이다. 그 무렵 구한 책이다. 코리아 헤럴드 논설실에 계시던 김 각 선생이 단골이었는데, 그 분 덕에 나도 신 선생과 교분이 좀 있었다. 이북 출신으로 보신탕을 무척 즐기셨다. 김 각 선생이나 신 선생 모두 이미 고인이 되셨다. 책을 펼쳐보니 그 때 보던 흔적이 남아있다. 6 페이지에 fol-de-rol이라는 단어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허튼 수작'이라고 적혀있다. 어떤 페이지에 '미 육군 소유'라는 철인이 찍혀있다.
이 책을 다 보는데 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찬찬히 음미해가며 읽어 볼 예정이다. 어쨌든 궁극적으로 남게될 것은 책과 독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술은 그 다음이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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