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젊었을 적의 것은 더 그렇다. 오늘이 결혼 44주년이라, 둘이 찍은 사진이 있는가 찾아보았더니, 거의 유일 한 게 이 사진이다. 1980년 1월 12일 결혼을 하고, 도곡동 13평짜리 아파트에 살 적인 그 해 봄 어느 날 덕소엘 가서 찍은 44년이나 된 옛 사진, 그래서 거의 흑백사진 같다.
오늘이 결혼 44년 되는 날이라는 것도 오늘 새벽 이부자리 속에서 눈을 뜨면서 알았다. 엊저녁 아내와 둘이 모처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도 몰랐던 걸 그런 수준 정도로 알게 된 것이 아내에게 좀 면구스럽다.
아내에게 그 얘기를 하면 아내는 십중팔구 이럴 것이다. 할배, 할메가 뭘 새삼스럽게… 소고기 국이나 끓여 먹자고 했다. 나가 사는 작은 아이도 모처럼 집에 오는 날이고 하니, 무시에 다마내기에 대파에 고사리에 꼬치까리 팍팍 넣고…
이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여러 분들이 예전 결혼기념일에 올린 걸 본 적이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찾아봤더니 정말 그렇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내가 그 동안 많이 봤다는 얘기인데, 이상한 건 그런 기억이 없고 오늘 처음 보는 느낌 만 든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 또한 나이 탓인가.
병은 병이다. 엊저녁에 '당근'에서 또 득템한 블루투스 키보드. 로지텍480이다. 이미 두 개 있는 것에 또 하나가 보태지니 3개가 됐다. 380까지 합하면 5개, 그 외 다른 브랜드까지면 거의 스무 개 정도 된다.
왜 이리 나는 이런 키보드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지만, 꼭 집어서 하자면 잘 모르겠다. 그저 두루뭉실하게 알 뿐이라는 얘기다. 이러니 아내는 이런 나의 습벽을 정상이 아닌 짓거리로 본다. 이런 류들로 집 곳곳마다에 널려있는 걸 쓰레기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정도 것으로 날로 텅텅 비워지고 있는 기분을 나름 채워가는 것, 이런 것 하나 할 수는 있는 것 아니냐. 아내에 대한 나의 항변은 대충 이런 식이다.
#결혼기념일#로지텍블루투스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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