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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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오 늘

by stingo 2024. 3. 5.

요새 나는, 내가 생각해도 좀 별스럽고 이상하다. 오늘은 며칠 전에 예약한 방배동에 있는 병원엘 가는 날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챙겼다. 그 병원에서 요구하는, 다녔던 병원에서의 동영상을 포함한 진료기록자료들로, 어제 이 것들 때느라 발품을 꽤 들였다. 그리고 금식을 요구했기로 새벽부터 아무 것도 먹질 않고 병원 진료시간 만을 기다리면서 좀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나오고 보니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커피하우스에 들어가 앉아 있으려면 커피를 마셔야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진료예약 시간이 오후 2시40분인데, 나는 그 한 시간 전에 방배동에 도착해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효령대군 묘소 인근인 병원 가는 길에 통밀빵 전문의 베이커리 옆을 지나고 있는데, 빵냄새가 유난히도 고소하게 나의 텅빈 배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 옆이 스타벅스인데, 언뜻 보기에 실내가 아주 편안해 보였다. 그 때 든 생각. 내가 꼭 이 병원엘 가야하는가. 증세도 그렇게 심하지 않는데 그러면 안 가도 되지 않는가.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갈등 속에서도 나는 이미 병원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살롱식으로 잘 꾸며놓은, 강남 분위기가 물씬한 병원이었다. 병원은 소문난대로 진료객으로 만원이었다. 나는 예약을 했었기에 그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나는 푹신한 대기 좌석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 갈등이 또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굳이 이 병원을 올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만 두고 나가는 게 어떨까. 증세가 심해지면 다니던 대학병원엘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에 더해 조금 전 지나친 통밀빵 집 앞에 걸려있던 먹음직스런 샌드위치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한 잔의 따끈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조금전 지나친 스타벅스 커피샵의 안온한 분위기.

내가 일어나 병원을 나온 건 거의 부지불식 간의 한 순간이었다. 병원을 나와서 전화로 예약취소를 했다. 나는 그리고는 지체없이  통밀빵 케이커리에 들어가 먹음직스런 빵 몇 개를 샀다. 아래 사진 빵 하나에 물경 12,000원, 방배동 부자동네는 역시 뭔가 달랐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려는데 거기는 자리가 없었다. 그 길로 나는 방배역에서 전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 동작역에서 9호선 급행을 탔다. 그리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서해선으로 갈아타고 능곡역에 내려 집으로 왔다. 배가 너무 너무 고팠다.





#방배동필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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