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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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오 늘

by stingo 2024. 6. 23.

0… 몸살도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필동 선배가 지난 수요일 이른 아침 뼈마디가 쑤시고 열이 난다며
병원에 가 주사도 맞고 좀 쉬어야겠다길래 내가 몸살일 거라며 푹 쉬시라고 했다.
선배는 전화 내내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다. 소변이 마려웠던 것인데,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나도 몰래 비명 같은 게 내 입에서 나왔다.
온 몸이 맞은듯 아프고 뼈 마디마디가 흡사 송곳으로 찌르는듯 쑤시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아, 몸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몸살이 선배와의 전화통화 만으로도 전염이 됐다는 것인지.
전날 저녁부터 이상하게 잔 기침이 일면서 몸이 좀 어질어질하길래 그런 기미를 느껴
비타민C를 네 알이나 먹고 잤는데도 그여코 몸살에 걸린 것이다. 몸살이라는 것에 걸려본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아물아물한데,
그 증상이 아무튼 고약했던 것으로 기억이 더듬어지기는 한다.
지금 오후 2시를 넘기면서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기침이 더 나고 온 몸을 추스리질 못하겠다.
그래도 나는 병원에 가질 않을 것이다. 일요일이라 문 연 병원도 없겠지만,
설사 열었다 해도 나는 가지않을 것이다.
결국 몸살감기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나름의 무식한 선험적 도그마에 기대보는 것이다.


0… 내가 오늘 오후에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을 해보니 참말이지 헛웃음이 난다.
우리 아파트에서 일산 백석동의 초고층 요진 아파트는 빤이 쳐다 보인다.
그러길래 그냥 걸어가도 되는 줄 알고 그랬다가 혼이 난 것이다.
대곡역에서 전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될 걸 무려 6, 7km나 걸어 간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더 그렇다.
오후에 당근마켓에 내가 찾던 로지텍 팝키즈 블루투스 키보드가 하나 떴다. 그래서 그것을 덥썩 물었다.
판매자는 역시 아리따운 MZ세대 아가씨로, 요진아파트에 살고있었고, 그래서 내가 거기로 가기로 했다.
차 운운하길래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해놓고 나갔다. 나가보니 얼마되지 않은 거리로 보여 그냥 걸어가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걸어도 걸어도 내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길 아닌 곳이 나오길래 논밭길을 헤치고 물길을 건너기도 했다.
가는 도중에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사정 얘기를 했다.
집에서 보이 빤이 보이기에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운운.



그래서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아파트에 도착해 1층 로비에서 물건을 픽업했다.
아내가 제발 ‘당근’ 좀 하지 말라고 한 게 엊그제인데, 그 사이를 못참고 또 저지른 것이다.
그러니 정말 병, ‘당근병’에 걸렸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힘을 들여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더니,
몸살끼가 확 사라져 버렸다.





#몸살#로지텍팝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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