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줄 나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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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90줄 나이라면…

by stingo 2024. 9. 13.

가라산공원 어르신들 가운데 제일 연장자 분, 올해 92세다.
이 분은 그 연세에도 공원에 가장 일찍 나오신다.
어디 소속인가와 관계없이 하여튼 제일 먼저 나와 언제나 사진처럼 앉아 계신다.
그러니 날짜별로 가끔 안 낄데 끼신다는 눈총도 받는다.
그럴 때 이 어르신은 치매가 조금 있으니 알아달라는 투로 적당히 얼버무리는 센스도 발휘한다.
다들 건강하시다고 덕담을 한다.
걸음걸이라든가, 말투, 식성, 계산 등에 야무지고 빈틈이 없어 보이고, 어떨 땐 화도 낸다.  

이 어르신을 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
건강한 노인이라 본받을만 하다며 추켜세우는 것 하나,
그리고 저 연세에 그냥 집에 계실 일이지 왜 낄데 안낄데를 모르고 나다니시는 것인가 하는,
다소 안타까우면서도 핀찬이 섞인 시선이 또 하나다.
어떤 때 어르신은 커피나 막걸리를 사겠다며 돈을 내 보이며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핀찬의 수근거림이 좀 많은 날이면 그런다.

나는 저 어르신을 보며 나를 생각한다.
내가 저 연세라면 어떻게 되고 어떻게 할까. 각론적으로 나도 저렇게 나다닐 수 있을까.
나도 따지고 대꾸하고 능청을 떨 수 있을까. 나도 발끈할 수 있을까 등등.
나는 못할 것 같은 생각이 지레 든다.
나는 아마 밖에 나돌아 다니는 건 아서라하고 마냥 집에만 쳐박혀 있을 것 같다.
아니 내가 욕심을 냈다. 저 나이 전에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일리가 없을 것이니…







#90줄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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