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스스로 부화뇌동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어지는 어떤 일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편협해졌다.
운명적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까.
판단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의 일들에 부대낀 한 해였다.
사리와 사물을 가리는 일은 허망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결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든 사람은 단련되기 마련이다.
소심해졌다. 소심함이 나의 이른바 단련의 소산인 것인가.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의 부덕과 편협함을 우선 탓해야 한다.
그러고도 사람을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사람이 그립다.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앞으로는 옛 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 보이지 않으니.
몇년 째 중얼거려보는 송년의 말들은 올해도 비슷하다.
한 가지가 빠졌다. 술에 관한 것이다.
올 한해를 안 마시고 지냈다. 그러고도 잘 버텼다.
생존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생활이라해도 무방할 것이었다. 명징까지는 아니더래도,
그런대로 맨정신에 담겨지는 것도 괜찮은 것이었다.
1. 풀고 갈 일이다.
맺힌 게 있으면 풀고 갈 일이다.
쓸데없는 아집과 이기로 마음을 상한 주변들이 있을 것이로되,
잘못은 모다 나의 불찰로 인한 것으로 받아들이자. 내가 먼저 풀고 받아들이자.
2. 놓고 갈 일이다.
덕지덕지한 것 좀 정리할 일이다. 마음부터 우선 좀 비우자.
내 것이라고 집착해왔던 것에서 좀 멀어지자.
나이 먹어가는 만큼 마음과 주변을 좀 비우자.
3. 추모하고 추억할 일이다.
올 한 해도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많이 떴다. 어머니도 세상을 버리셨다.
추모하고 추억할 일이다.
죽음은 이제 더 이상 어색한 것이 아니다.
먼저 간 선배, 친구, 후배들을 추억하면서 죽음에 좀 더 익숙해지자.

#2024送年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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