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날 아침, 가라산공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뒤에서 허밍으로 부르는 단순한 리듬의 어떤 노래가 따라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다 봤더니, 깜찍하게 생긴 꼬마아이가 쫄랑쫄랑 내 뒤를 따라오는듯 하면서 흥얼대는 노래다.
그러려니 하면서 나는 다시 걷고 있는데 그 노래소리는 뒤에서 계속 나를 따라온다.
문득 무슨 노래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그 꼬마아이에게 물었다.
”얘야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니?“
아이는 내가 멈춰 세웠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나를 빤히 쳐올려보며 “별의 커비예요” 한다.
“별의 커비, 그게 뭔데?”하고 다시 물었다. 아이는 내 물음에 활짝 웃으며,
“입이 커서 뭐든 입으로 받아들이는 커비, 그 커비예요” 한다.
그러면서 다시 흥얼거리며 걸어간다.
내가 그 아이 뒤를 따라가며 ”그 커비가 누군데?“하고 다시 물었다.
아이도 다시 걸음을 멈추더니 ”악당을 물리치는 귀여운 용사예요, 뭐든 입으로 넣는, 입이 큰…“
그러는 사이 학교 교문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그 꼬마아이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는 걸어갔다.
‘별의 커비’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커비가 어떤 모습인지는 몰랐지만, 나는 아마도 저 꼬마처럼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하나 알았다.
꼬마아이들 사이에서 닌텐도 게임시리즈인 ‘별의 커비’가 대단한 인기라는 것을.
그리고 커비가 큰 입으로 모든 악의 무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나로서는 대단한 발견이었다.
모처럼 젖어보고 느껴보는 동심, 오월의 하늘은 푸르고 화사했다.

#별의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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