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가라산 공원에서 어르신들과 언덕을 오르고 있을 때,
한 분이 곁 숲속을 쳐다보며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어라, 안 보이던 꽃이 피었네, 이 꽃이 무어지?”
일행의 시선이 모아진 곳은 수풀 속에 핀 두어 무더기 꽃이었다.
타원형의 무슨 보풀처럼 생긴 열매 속에 흰색과 엷은 분홍빛 네잎으로 피어있는 꽃.
“그거 수국이래요.”
월악산에서 나고 자라 꽃과 나무에 대해 잘 알고있는 최 할머니가,
강원도 억양으로 말했다.
최 할머니가 그러면 수국일 것이다.
내가 한마디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수국은 불두화가 아닌가요…
지난 해 5월인가, 성라산 불당골 초입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절의 담벽에
피어있는 꽃이 하도 탐스럽게 보여, 곁에 사람에게 물었더니 불두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수국이라고도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수국은 곧 불두화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생긴 게 비슷하지만 수국과 불두화는 엄연히 다른 꽃이라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 나는 수국을 보며 불두화라고 중얼거린 것인데,
문득 불당골에 뭔가 연상되어지는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일행들과 떨어져 나 혼자 수국을 좀 찬찬하게 보았다.
아름답고 이쁘다.
열매가 보풀처럼 하얀 꽃을 감싸고 있는듯한 게 안온함도 안긴다.
그런데 옆 무더기는 꽃이 자색이다.
같은 수국이면서 한쪽은 엷은 보라빛을 머금은 백색이고, 한쪽은 자색이다.
그게 궁금해 스마트폰 렌즈로 검색을 해봤더니,
이 꽃은 수국 중에서도 탐라산수국이라고 나와있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수국이라 탐라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꽃은 자백색이라고 했다. 흰색과 자색이 함께 어우려져 피우는 꽃이다.
그런데, 가라산 이 수국은 따로 따로 꽃을 피우고 있다.
그게 신기해 한참을 흰색꽃과 자색꽃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탐라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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