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블루투스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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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노인과 블루투스 키보드

by stingo 2024. 8. 14.

시원하던 가라산공원도 이즈음의 폭염 더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그 무더위 속에 나는 한 노인분을 붙들고 앉아 한참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

팔순의 양 장로님은 글을 잘 쓰신다. 원래 좋은 글솜씨에 뒤늦게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발하고 있는,
그런 글쓰는 재미에 빠져서 동기 친구분들에게 정기적으로 쓰신 글을 보내주고 있다.

그런데 장로님은 집 컴퓨터 앞에서만 글을 쓸 수가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쓴 글을 블로그에 담아, 그것을 카톡으로 보내주고 있는 게 장로님의 글쓰기 프로세싱이다.
나는 평소에 그게 보기에 좀 답답했다.

그래서 나는 장로님이 집 컴퓨터가 아닌, 언제 어디서도 글을 쓸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떠올렸다. 이 키보드를 장로님이 잘 쓰신다면,
집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쓰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집에 있던 블루투스 키보드를 장로님에게 드리려고 갖고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그 키보드를 장로님이 알리가 없다.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조작하고 어떻게 블루투스로 연결하는가를 공원 벤치에 앉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잘 될리가 없다. 블루투스가 어떻고, 와이파이가 어떻고,
모바일 데이타가 어떻고 하는 것을 일일이 설명하고 가르쳐 드려야하는 것인데,
그걸 단박에 아시게 한다는 건 애시당초 무리인 것이니.

아셨는지 여부는 모르겠고, 아무튼 설명 후에 실제 이용에 들어가 시범삼아 글을 써보이려려 하니
장로님 스마트폰에 글 쓸 공간인 메모장이 없다. 그래서 네이버메모 앱을 깔려고 하니 또 데이타가 없는지 인터넷이 되질 않는다.
그걸 또 어떻게 조치를 하려해도 잘 되질 않고…

그런지 한참이 지났다. 그래도 장로님과 나는 아즉까지 앉아 그러고 있다. 온 몸에 땀은 비오듯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우리 둘이 그러고 앉았는게 궁금한지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블루투스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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