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복덕방에서들 전화가 온다.
예전에 아파트 내 놓았던 걸 상기시켜주면서 지금 팔 의사가 없는지를 묻는다.
아니, 몇년 동안 꿈쩍도 않았고, 전화도 없었던 아파트를 왜 갑작스럽게 들먹이는가.
어저께인가 발표된 그린벨트 해제 때문이라는 걸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라산공원 어르신들 사이에서 그런 말들이 오갔다.
대곡역 역세권 그린벨트가 풀리는 게 그 분들의 화제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 바로 뒤 이십 수년 간을 걸어다니던 농로 곁 논밭이 전부 풀린다는 것이었다.
한 어르신은 나더러 술 한잔 사라고 했고,
나는 처음에 뭔지 잘 모르고 있다가 그게 그건지 알고 그냥 웃기만 했다.
사실 나는 지금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살다보니 그렇겠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긴다는 게 사실 잘 믿어지질 않는다.
지금껏 40여년 동안 나는 돈이 되는 곳을 피해만 다녔다.
도곡동이 그랬고, 과천이 그랬다. 1994년인가,
나 태어나 처음 아파트 당첨이라고 된게 그때 당시 여기 능곡에 새로 짓는,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다.
그것도 아파트 이름을 잘 모르고 동신아파트인 줄로 알고 신청을 해 당첨이 됐는데,
사업주가 중도에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것을 비대위를 꾸려 겨우 살려내 대림건설에서 맡아 지어 입주한 게 1997년이다.
그게 27년 전이다.
이제 나이 70을 넘어가는 시점에 그래서 뭘 어쩌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 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은데...

#대곡역세권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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