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을 가면 반드시 들리는 여기, 내가 ‘전망좋은 방’이라 명명해놓은 곳이 있다.
동명의 영화 ’A room with a view’를 여기 갈 적마다 떠올린다.
창동 불종거리에서 남성동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 편에 있는 ‘빠리바게트’ 2층이다.
여길 가면 흡사 내 전용 방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갈 때마다 손님이라고는 없다.
일층은 빵가게이고 여기 2층은 일층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와야 한다.
내가 일층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받아들고 이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빵집주인은 당부를 한다.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하이소예.”
작고 아담한 방인 이곳에 들어서면 전면 유리창으로 바깥이 창동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창가에는 전면으로 탁자가 있는 자리가 있고, 그 뒤로 푹신한 벼개가 몇 개 놓여진 소파가 있다.
나는 이 두 곳을 필요에 따라 골라 앉는데, 주로 창가 자리에 앉는다.
여기서 눈에 들어오는 바깥은 어린 시절 내가 뛰어다니고 놀던 곳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 조금 아래로 4거리가 있다.
4거리에서 옛 선창 쪽으로 내려가는 오른 쪽 꺾어지는 곳에 옛날 우리 집이 있었다.
남성동 113번지다. 유년의 시절을 나는 여기서 자랐고,
그러면서 어린 나이에 별 일 다 겼었던 곳이다.
3.15의거 때 총 빵빵 쏘는 공포의 밤, 백열등에 신문지를 둘둘 말아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끔 단도리를 한
어두컴컴한 방에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과 웅크려 있던 곳도 바로 여기다.
다음 날 새벽, 부모님 몰래 바깥을 나갔다가 집 위 도랑에 피가 흥건히 고여있는 걸 보고
공포에 질려 부모님께 얘기했다가 함부로 나갔다고 치도곤 얻어 맞기도 했다.
국민학교 6학년까지를 여기 동네에서 살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산동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나는 마산에 오면 항상 이 동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우리 옛집터를 찾아 서성거리곤 한다.
소파에 앉는 경우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충전을 할 때다.
거기 소파 아래 전기 소켓이 있기 때문에 충전을 하면서 글을 쓰곤 한다.
어제 나는 숙소에서 새벽 5시쯤 나와 거리를 걸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쭉 걸어 창동까지 왔다.
한참을 걸었더니 배가 고파왔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하나 먹고는 곧장 여기 ‘전망좋은 방‘으로 왔다.
아침 7시쯤이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머물렀다.
#창동빠리바게트
'masan(馬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향민'의 고향, 馬山 (0) | 2024.11.16 |
---|---|
마산 1박2일 (6) | 2024.11.13 |
마산의 옛 고향집, 추산동 74-5번지 (0) | 2024.10.17 |
마산의 옛 병원 신문광고 (3) | 2024.09.17 |
김외련 작가의 ‘마산 나들이,’ 그리고 이어지는 인연들 (0) | 2024.08.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