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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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n(馬山)

마산 1박2일

by stingo 2024. 11. 13.

나이를 먹으니 고향에 다녀오는 것도 힘에 부친다.
예전에는 2박3일, 3박4일 씩 갔다오는 것도 즐겁게 마감하곤 했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고향에 있는 내내 연속 술이었다.
작취미성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는 또 술을 먹는 일정으로 보내다가,
집으로 올라올 적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말짱하게 아내 앞에 나타나곤 했다.

이번 마산 고향행은 처음부터 난관이 조성됐다. Ktx 승차권부터가
잘못되는 바람에 자칫 마산행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으나 가까스로 해결했다.
어제 아침 일찍 행신에서 마산으로 가는 열차 승차권을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오후 1시 17분에 떠나는 열차다. 승차권을 끊고는 몇번을 확인했다.
예전에 출발과 도착지를 혼동해 잘못 끊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라산공원 일을 마치고 시간이 좀 남아 일단 집으로 왔다.
집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출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승차권을 확인, 또 확인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자부심이 일었다.

행신역에 도착했을 때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12시 26발 마산행 열차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 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12시26분에 이어 오후 1시 17분 열차가 있다는 말인가.
스마트폰에 저장돼있는 승차권을 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어라, 하는 탄식이 나왔다.
잘못 끊은 것이다. 행신-마산이어야 하는 것을 거꾸로 마산-행신으로 끊은 것이다.
그러니까 12시26발 마산행이 정확한 것이었다. 그때 시간이 12시20분이었다.
부리나케 창구로 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12시26분 표로 바꿔졌다.
3분 남았다. 앞뒤 볼 것 없이 그냥 내달렸다. 그래서 겨우 열차를 탔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마산이다. 출발이 그랬으니, 마산에 도착해서도 뭔가 기분이 붕- 뜬 것 같았다.
친구인 손진우 교수 마중을 나오기로 돼 있었는데, 친구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주 오랜 만에 보는 데도 내 기분이 그런 상태이니 좀 어정쩡한 기분으로 상봉을 했다.

친구는 나를 신마산으로 이끌었다. 통술집이었다.
또 한 동기인, 지역신문 회장으로 있는 친구는 좀 늦는다 했길래 둘이서 잔을 기울였다.
속상한 일을 겪은 나는 그 여파가 계속 되고 있었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송구한 마음이 들어 귀를 기울였더니, 친구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자기 자랑이 대부분이었다. 마누라 앞으로 돼 있는 집이 세채니 뭐니 하는…
게다가 나오는 음식이 별로였다. 오랜 만에 마산의 싱싱한 생선회를 기대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깔아놓은 음식을 먹었는데 먹다보니 그런대로 맛은 있었다.
아무래도 아침부터 한끼도 먹지 않았으니, 말하자면 시장이 반찬 격이었다는 말이 맞겠다.

신문사 회장친구가 합류했을 때 내 기분은 좀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물을 게 많다고 했다. 신문사 일을 처음 해보니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나라고 뭐 아는 게 있을까. 옛날 구닥다리 시절 신문기자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결국 다음 날 내가 신문사로 별도로 방문하겠다고 하고는 술자리를 파했다.

나는 머리 정리도 좀 할겸 마산시내를 좀 걸어다니고 싶었다. 그런 나는 신문사 회장친구가 내버려두질 않았다.
창동 콘티넨털까지 택시를 같이 타고 와서는 그 인근에 노래방주점을 하는 한 친구에게 나를 ‘인계‘했다.
나는 나 혼자 가는 게 좀 뭐해서 한석태 선배를 불러냈다.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주 몇잔을 마셨다.
그 주점에서 나오는데, 선배가 한잔 더 하고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그 선배가 잘 가는 단골 노래방주점인
‘흴링‘으로 가 또 조금 마셨다. 그리고는 나와 택시를 타고 선배는 자기 집으로 나는 그 인근의 24시 사우나로 갔다.    

오늘은 새벽부터 좀 설쳤다. 간밤에 감기기침 때문에 잠을 이루질 못했다.
어스럼한 시내를 걸어 창동으로 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마산오면 들리는
빠리바게트 2층에서 커피를 마셨다.
참 빠뜨린 게 있다. 나의 이번 마산행 목적 중 하나는 출판사를 선정하는 것이다.
’불휘미디어‘라는 곳과 신문사 출판국 둘 중에 하나는 택할 것인가의 여부와 관련된 것이다.
’불휘미디어’라는 곳으로 가 사장내외를 만났고, 신문사로 가서는 친구인 이 회장과
광고국장을 만났다. 둘 다 경비도 싸고 책출판에 신뢰가 가는듯 했다. 두 곳 중에 하나를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문사 부근에 창원중앙역이 있었고, 거기서 서울가는 ktx가 선다고 하길래 그 역을 가고자 했다.
친구가 자기 기사더러 나를 모셔라했고, 그래서 나는 신문사 차를 타고 역으로 왔다.
역에서 행신가는 표를 온라인으로 끊으려는데, 좌석과 입석 혼배합 승차권 만 있었다.
동대구까지는 좌석이고 그 이후부터는 입석인 승차권이다. 망설이다가 결국 그것을 끊었다.
열차를 타서는 동대구 역 못미쳐에서 승강구에 마련돼 있는 보조의자에 앉았다.
그 의자에 앉으면 행신까지 어쨌든 앉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의자에 앉아 행신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행신에 도착하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빨리 집엘 가야지 하는 생각에 역에서 나와 건널목을 건너려는데,
마침 집 앞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신호등 건널목에 서 있길래 달리듯이 해 그 버스를 타려했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나를 보더니 손을 저었다. 태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정류장에서 한 15분 정도를 더 기다리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1박2일 고향 마산을 다녀온 얘기를 이렇게 나열식으로 적기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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