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추산동 74-5번지, 1960년대 중반부터 살았던 옛 마산 우리 집의 주소다.
그저께 마산 간 김에 추산동 그 옛 집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집은 사라지고 없었다.
골목 입구에 있던 우리 집은 2층 슬라브였는데,
그 집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무슨 큰 빌라가 한 채 우람하게 서 있었다.
옛 집이 있겠지 하는 기대로 찾아왔는데 그게 사라져버리고 없으니 서글퍼졌다.
그 집은 아버지의 꿈이 서려있던 곳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바랐던 아버지는 길가 쪽에 연해진 그 집을 수리해 대중목욕탕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 1 때 였던가 아버지는 장남인 나에게 그런 계획을 넌지시 말씀하시면서,
그러면 우리 가족이 안정되고 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옛 우리 집을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것으로는 집 대문을 지나 위로 올라가는 돌계단이었는데,
그 계단은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저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있던 집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시던 박수용 선생님 댁이었다.
그러니까 선생님 댁과 우리 집은 맞붙어 있었고,
우리 집 이층에서는 선생님 댁이 훤히 보였다.
학교 다니던 그 당시의 어느 날, 선생님 댁에서 동료 교사분들과 회식이 있었다.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는 질펀한 회식이었다.
나는 근엄하던 선생님들의 그런 풀어진 모습을 그 때 우리 집 2층에서 낱낱이 보았다.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의 저런 모습을 녹음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때 일본 이모님이 나에게 선물한 나쇼날 녹음기로 선생님들의 노는 모습을 녹음을 했다.
그리고는 그것을 내 방에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키득거리곤 했다.
아버지의 꿈, 그러니까 추산동 그 집에 목욕탕을 지어 안정되고 참하게 살겠다던 아버지의 계획은,
당신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뤄지지 않았다.
#마산시추산동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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