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한 SNS에서 한 장의 오래된 흑백사진 한장을 접했다.
‘아우슈비츠의 여성 관현악단(Auschwitz Women’s Orchestra)’이라는 타이틀의 사진이다.
그러니까 2차대전 당시 나찌 독일의 그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의 여성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찍은 사진인데, 모두 14명의 여성수용자들이 수용복 차림에 각자의 악기를 들고 찍은 빛바랜 사진이다.
14명이 전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아닐 것이다.
이 사진 설명에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 겸 소프라노 가수를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런 생각이 든다.
사진 설명에는 이 아우슈비츠 여성 관현악단에 속한 피아니스트 겸 소프라노를 소개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파니아 페넬런(Fania Fenelon)으로, 그녀는 이 수용소에서 살아 남았으며
1983년까지 살면서 프랑스 파리에서 음악활동을 한 뮤지션이었다.
페넬런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후 여자 수용인으로, 특히 관현악단 단원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생활을 회고한 자전수기인 <시간을 위한 연주(Playing for Time)> 등을 출간해
주목을 끌었던 작가이기도 했다.
페넬런은 이 수기에서 아우슈비츠 관현악단은 이 수용소 친위대경비병을 위한 위로공연과
수용자들 중 ‘쓸모없는‘ 수용자들이 가스실로 향하는 과정에 함께 동행하면서 연주를 하는 게
주요 업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페넬런은 이런 수용소 생활 과정에서 관현악단원으로서
음악이 생존도구로서의 수단력이 된다는 현실 앞에서 음악인으로서 깊은 고뇌가 있었다는
것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도덕적, 심리적 타격이 엄청났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관현악단은 ‘장송관현악단(funeral orchestra)‘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울러 수용된 유대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견디려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윤리적 과오로 인한 딜렘마에 괴로워하는 걸 목격하는 것도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고 쓰고 있다.
페넬런은 특히 이 수기에서 아우슈비츠 여성 관현악단의 지휘자였던 바이얼리니스트 알마 마리아 로즈(Alma Maria Rose, 1906-1944)
를 회상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것이 상당한 논란거리가 됐다. 로즈가 지휘자이면서, 각 단원들의
생존과 생활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처지와 관련된 상당한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 내지 포착하지 못한 채
그저 피상적으로만 묘사했다는 것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알마 마리아 로즈는 유대인 혈통의 오스트리아 바이얼리니스트로서 그의 삼촌이 유명한 작곡가이니
구스타브 말러로, 그러니까 말러의 조카였던 것인데, 로즈가 아우슈비츠에서 1943년 8월부터
여성 관현악단 지휘자 겸 단장으로 발탁된 것은, 물론 음악적 재질도 뛰어났지만, 이런 점이 한 배경이었을 수도 있다.
로즈는 하지만 아우슈비츠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이듬해인 1944년 수용소에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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