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60년 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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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근 60년 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

by stingo 2024. 11. 17.

“나는 부활이고 생명이다”
이런 ID를 쓰는 사람이 오늘 아침 일찍 나에게 카톡메시지를 보내왔다.
메시지는 ”마산중학교16회?“ 단 이 내용 뿐인데, 나는 누군지 모르겠다.
프로필 사진이 좀 요상하다. 눈밭인가에 십자가 형태로 누워있는, 세상을 달관한 표정의 사진이다.
나는 이 사람이 마산중학교16회냐고 묻고있으니,
그 학교 동기쯤 될 것이고, ID로 미루어 기독교신자로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궁금했기에 나는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이 사람의 정체를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금 후 메시지가 왔는데, 놀랍게도 이 사람은 옛날 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같은 동네에 살던 옛동무 박상호였던 것인데,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 친구와 정확하게 58년 만에 만난 것이다.

이 친구는 중학교 때 키가 작았다. 내가 제일 먼저 물은 것도 키다.
아즉도 키가 작냐?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학 3학년 때 키가 3번으로,
그앞 두 명이 자기보다 작았었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었다고 했다.
궁금한 건, 어떻게 내 카톡으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친구가 유가화라는 말을 꺼냈다.
친구의 그 한마디 말을 듣고 나는 그 경위를 알 수 있었다.



1980년대에 유가화라는 여가수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라는 노래 하나로 떴고,
장래가 유망한 재목으로 촉망받던 가수였다. 그러다 목 성대에 결절이 생기는 바람에 그 후 흐지부지하게 사라졌던 가수다.
그 유가화의 본명은 박미영으로,  박상호 이 친구의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내가 2년 전에 그 노래 잘 하던 유가화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근황이 궁금해 글을 한편 올렸던 것인데,
친구가 우연히 나의 옛글을 본 것이었고, 그래서 어찌어찌 경로를 통해 나에게 연락한 것이다.




친구와 내가 헤어진 건 1966년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진학을 하면서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가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그 후 이 친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1980년대 초인가, ‘나도 모르게‘라는 노래로 유가화가 한층 뜨고있을 때
대구에 사는 내 남동생이 나에게 유가화가 마산여고를 다녔고, 같이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했다.
동생 얘기를 듣다가 유가화가 박상호 친구의 여동생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리고 박상호 이 친구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내 또 잊었다.
그러다 오늘 비로소 서로 만나게 된 것이다.




유가화가 안성에 살고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친구도 여동생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다 3년 전에 평택으로 옮겨와 살고있다고 했다.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고 키가 작아 내가 이 친구에게 붙여준 별명이 ‘돌콩’이었을 것이다.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옛날 그것이 아닌, 중후한 중늙은이의 그것이었다.

얘기를 주고받다 서로 말이 함께 나온 게 있다. 술이다. 술을 잘 마신다고 했다.
나는 뭐라 해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나온 말이 나도 잘 마신다고 했다.
지금 술을 끊고있는 상태에서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금명간 만나자고 했다.
그때 나는 아무래도 이 친구와 술을 한잔할 것 같다.






#박상호#유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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