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 선배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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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필동 선배님 사진

by stingo 2024. 12. 5.

필동선배와 관련한 일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진도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필동선배 사무실에서 선배 사진을 찍었다. 전문 사진가가 아니니 많이 찍은 것들 중에 골라서 써야 한다.
오늘 그 작업을 위해 라이카 카메라를 가져 갔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으니 특별히 라이카 카메라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배의 모습을 라이카 특유의 경조흑백으로 찍고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라이카를 갖고 간 것이다.

선배야 라이카가 어떤 카메라인지 잘 모른다. 아무튼 좋은 카메라라는 것만 설명을 해주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출발부터 이상했다. 사진이 영 이상하게 나오는 것이다. 몇번을 찍어도 그랬다.
카메라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오랫 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으니, 그에 따라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우려심이 들었다.
실내 조명이 너무 어두워 그런가 하며 밖으로 나가 찍어도 마찬가지였다.
피사체가 흐릴 뿐더러 뭔가 상당히 흔들리는 형상으로 사진이 나왔다.

그래서 일단 라이카를 내려놓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몇 장을 찍었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으니, 웬간한 것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모두 잘 나온다.
그러나 나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왠지 애착이 가질 않는다.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오니까 왠지 값싸고 흔하다는 관점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스마트폰으로 마구 마구 찍어도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고장’으로 여겨지는 라이카에 더욱 애착이 가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요모조모 살펴 보았다. 그래도 라이카 X-Vario인데,
어떻게 이런 이상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만지작거리며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문제가 있는 걸 발견했다.
조작을 잘못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셔터 스피드 다이얼이 오토(auto)에 놓여있질 않고 1/10에 다이얼이 놓여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사진이 흔들리듯 나오는 게 당연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이얼을 오토에 놓고 찍었더니,
기대하던 소귀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 봤더니, 조작을 잘못해 찍은 사진들 가운데 웬지 오히려 마음에 와닿는 게 있었다.
선배가 신문을 뒤적이는 걸 테스트 삼아 있은 것인데, 물론 흔들리는 형상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다시 보면서 별 생각없이 그냥 지워버리려 delete 버튼을 누르려는데,
순간적으로 다시 한번 사진을 보았더니 사진이 뭔가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었다.
뭐랄까, 8순 나이 선배의 흔들리는 마음을 잘 형이상학적으로 잡은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요 며칠 간 감기몸살을 앓다 오늘 출근을 하셨는데, 몸과 마음 안팍이 상태가 좋지 않다.
그걸 나는 선배의 몸과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하니 그 사진이 비로소 나에게 그게 잘 표현된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 사진을 며칠 후 선배에게 특별한 심정으로 설명과 함께 보여줄 것이다.
선배의 반응이 궁금하다. 하지만 십중팔구 이럴 것이다.
“일마, 내가 8십줄 나이에 왜 내가 마음이 흔들리노, 이 자슥이요…” 하며 나에게 따져들 게 분명하다.







#필동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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