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가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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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한 여가수의 죽음

by stingo 2025. 2. 23.

오늘 미명의 새벽에 받은 부음. 친구 여동생의 죽음이다.
친구는 “동생이 무지개 너머로 갔다”고 했다.
어스럼한 미명 속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언뜻 내 눈에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친구의 짤막한 이 한 줄의 글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글 속에 짙은 슬픔이 묻어나고 있었다.
친구 여동생은 1970, 80년대 한 때를 풍미하던 가수였다.

유가화라고, 1980년대 초반 ‘나도 모르게’라는 노래로 세상에 각인됐던 가수다.
이 노래를 얘기하면 이 가수를 기억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유가화는 그러나 세상에 묻혀 산 세월이 길었다.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경기도 안성에 살고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몇 해 되지 않았다.

친구는 박상호라고, 나의 마산중학교 동기다. 1967년 졸업 후 만나지 못하다가,
유가화에 관해 내가 쓴 글이 계기가 돼 근 60년 만에 만나게 됐다.
나는 따뜻한 봄이 오면 친구와 함께 안성으로 가서 유가화를 만나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게 여의치 않게 됐다.
참, 유가화의 본명은 박미영이었다.

1970년대 초, 여고생으로 박은옥과 함께 유가화는 노래를 참 잘 불렀다.
마산에서 소문이 날 정도였다.그때 이 둘을 마산서 만났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 기억 속에는 당시 추산동 74-5번지 우리 집 2층에서 어카우스틱 기타 주법을
그 둘에게 가르쳐주던 기억도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화#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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