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시방 이때쯤의 초겨울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내 집이 있는 경기도 구석진 땅 능곡에 오겠다는 것이다. 웬 일이냐 했더니, 내가 갑자기 보고 싶고, 내 노래가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노래? 했더니 박재홍의 ‘향수‘라고 했다. 내가 그런 노래를 부른 적이 있을까 싶어,
나는 그 노래 잘 모르는데… 했더니 그냥 무조건 오겠다는 것이었다.
https://youtu.be/_7PSkSz6aSc?si=6WNNeKgqv6eVNLIV
이미 어두워진 저녁 7시쯤에 친구와 구 일산 역에서 만났다.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술이었다. 조니워크 블랙이었다. 웬 술인가 했더니, 내가 그 술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친구와 나는 어두운 구 일산 시장을 걸어 수구레 찌게를 잘 하는 허름한 한 식당에 들어가 그 위스키를 마셨다.
그 술이 떨어지고 소주도 마셨다.
친구는 그 무렵 상처를 한 상태였다. 병든 아내 살리려 친구는 머나먼 남해에 따로 집을 마련해 아내 뒷바라지 3년 끝에
아내를 여의고 시집 안 간 딸과 단둘이 서초동에서 살고 있던 처지였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친구는 이날 많이 마셨다. 내 따라서 위스키와 소주를 거푸 거푸 마셨다.
그리고 어느 시점인가 취기가 온듯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친구는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평소 입이 무거운 친구 입에서 결국 울음끼가 섞인 말이 나왔다.
”마누라가 보고싶다. 마누라가 보고싶다…“
친구와 나는 구 일산의 네온사인이 깜빡이는 노래방엘 갔다.
친구는 나더러 박재홍의 ‘향수’를 몇번이고 부르라 했다. 그리고 친구는 내가 부르는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결국 둘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합창으로 불렀다.
그 노래는 어릴 적 친구 아버지가 약주 한잔을 하시면 친구를 껴안고 부르던 노래였고,
그래서 그 노래는 친구가 제일 아끼고 좋아하는 노래였다.
그 아버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는 그대로 친구에게 이어졌던 것이다.
2019년 친구인 이주흥 변호사가 세상을 뜬 후 친구들끼리 한잔 걸치고 간 노래방에서도 친구는 이 노래를 계속 불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열창이고 절창이었고, 목이 쉰 상태로 마즈막으로 불러 제낄 땐 노래 반, 울음 반으로 나는 들었다.
친구의 몸에 암종이 서서이 자리를 잡고있던 때였던지 싶다. 이 변호사는 그 몇달 전 세상을 떴었다.
전수현, 그 친구가 오늘 홀연히 세상을 떴다. 며칠 전 친구의 근황을 다른 한 친구에게 물었을 때,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다만,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뜰 줄은 미처 몰랐다.
친구의 부음을 듣고 나는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지금 아산병원으로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정신이 없다.





#전수현#박재홍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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