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 일요일 아침 이렇게 일찍 빈소에 가보기는 처음이다. 엊저녁부터 설쳤다. 자다가는 이상한 꿈도 꿨다.
김신옥 미카엘라. 친구인 권문규 박사의 부인되는 분이다. 이 분이 세상을 뜨신 것이다.
부산에 사는 권 박사와는 가끔씩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뜸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둘이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 사이다.
미카엘라가 이런 변을 당하기까지 권 박사는 나에게 그 어떤 짐작이 될만한 단서도 주질 않았다.
사람 좋은 친구는 내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항상 긍정적인 답변이나 이모티콘을 주면서 격려를 한다.
그런 친구가,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이런 변고를 당했는데, 내 마음이 어떻겠는가.
더구나 미카엘라는 내 아내의 창덕여고 동문으로 두 해 위다.
우리 시절, 경상도 사내로서 서울에서 여고를 다닌 여자와 혼사가 이뤄지는 건 그리 흔치않다.
그러니 친구 내외와는 더 각별한 그 무엇이 있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려 성모병원장례식장으로 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무슨 말로 친구를 위로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아닌 고민이었다.
장례식장 빈소에 도착했을 때 친구는 보이질 않았다. 마침 그 시각에 입관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소는 그래서 한산했다.
그 조용한 빈소에 나는 서서 미카엘라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사진 속 미카엘라는 안경을 낀 모습이었는데, 나에게는 좀 생경한 모습이었다.
기억을 되살리니 눈이 안 좋아 안경을 쓰지만, 사람 만날 적에는 안 쓴다고 했던 게 생각이 났다.
입관식이 끝날 때까지 거의 한 시간 가량을 혼자서 친구를 기다렸다.
입관이 끝나고 내실로 통하는 문에서 친구가 나오고 있었다.
둘이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안았다. 나는 눈물이 복박쳤지만 참느라 애를 썼다.
눈물은 무슨… 친구는 나하고의 그런 서먹한 분위기를 애써 가라앉히려는 모습이었다.
손을 잡고 빈소로 다시 들어오는데 영정 속 미카엘라가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문득 옛날 그때가 생각이 났다.
지리산 칠선계곡을 같이들 올랐을 때 어느 지점에서 찍은 사진에서 우리들은 모두 큰 함박웃음들을 짓고 있었다.
그속에 크게 웃고 있던 미카엘라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또 있다.
이십여년 전 어느 가을날이었던가, 소백산을 거의 종주수준으로 하다 내 아내가 탈진을 했을 때,
미카엘라가 큰 도움을 주었다.
지친 아내를 곁에서 부축해 걸으면서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던 미카엘라였다.
0… 어제 토요일, 문득 목욕이 하고 싶어졌다. 동네에 목욕탕 없어진지가 오래되니,
나로서는 대중목욕탕 가는 일이 거의 월례행사처럼 되고 있다. 내가 가는 목욕탕은 구기동에 있다.
옛날부터 다니던 곳으로,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들리던 목욕탕인데, 햇수로 18년이나 됐다.
집에서 거기까지 가는 길은 멀다. 전철을 타고 불광동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을 막 지난 곳에 있다.
모처럼 목욕탕에서 땀을 쏙 빼고 때낀 몸을 칼클게 씻었다.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예전 같으면 ‘삼각산’에 들려 막걸리라도 한잔했을 것인데, 이제는 말짱 지난 날의 얘기다.
어떻든 말끔하고 상쾌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그냥 내빼듯이 집으로 왔다.
막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내리는데, 메시지가 들어왔다.
부산 사는 친구가 부인상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신옥 씨, 그렇지 미카엘라 신옥 씨다.
아내의 창덕여고 선배되는 그 분이 돌아 가셨다는 것이다.
이런 황망한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한참을 멍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0… 엄마와 아이, 모자가 전철 승강장 앞에 앉았다.
어린 아이는 가방을 겸한 캐리어에 앙증맞게 실려진 채 잠이 들어있고, 엄마는 휴대폰을 보고있는 모습이다.
아이는 전철 기다리면서 칭얼거리며 좀 보챘을 것이고,
가방에 아이에 무거워진 캐리어를 끌면서 엄마는 지쳤을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이 전철이 들어오는 시그널이 울려지고 있었다.
0… 각각 조각처럼 따로 노는 듯한 일들은 결국 하나로 귀결이 되는 것이었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어제가 하나의 귀결점으로 향해 달려가는…
목욕탕을 가고, 칼클케 씻고, 哀的인 느낌에 젖게하는 모자를 전철역 승강장 앞에서 보고한 것 등이
궁극적으로 어떤 사단, 어떤 좋지않은 일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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