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때늦은 訃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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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친구의 때늦은 訃音

by stingo 2024. 10. 6.

한 친구가 또 홀연히 세상을 떴다. 엊저녁에 연락을 받고 잠시 망연해졌다. 이 친구는 올해 초에 한번 죽었다. 소문으로 죽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가 몸은 안 좋지만, 그렇고 그런 속설이 있으니 오래 살 줄 알았다. 그렇지만 올 한 해를 못 넘기고 기어이 불귀의 객이 되고만 것이다.

친구의 부음은 다른 한 친구를 통해서 받았다. 그 사연도 가슴 아프다. 9월 14일 친구는 죽었다. 그것을 20일이 지나 그 친구도 비로소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구에 있던 친구는 추석 이틀 전 폐렴 증세로 입원을 했다가 그냥 그대로 떠난 것인데, 추석대목이고 하니 주변에 알리지 않고 그냥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렀다는 것이다.  
고인은 강우석이라는 나의 마산중학교 16회 동기로, 나와는 친하게 지냈다. 부산고로 진학을 해 서로 갈렸었지만, 그래도 고교시절 마산과 부산을 서로 오가며 우정의 끈을 이어갔다. 대학 다닐 적에는 그리 자주 만나질 못했다.

친구는 연세대를 다녔고, 졸업 후 은행에 다녔었다. 그 시절, 내가 과천 살 때 4호선 전철에서 우연히 만났던 기억이 있다.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잘했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은행에 다니면서 주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는 주한미대사관에서 일을 오랫 동안 했다. 거기가 친구의 마지막 직장이었다.

우리들은 고교시절 때부터 같이 어울려 술을 많이 마셨다. 그래서일까, 친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콜중독을 앓으며 많은 고생을 했다. 중학 졸업 35주년 때인 2002년인가, 나는 친구가 알콜중독에 걸린지도 모른 채 친구와 서로 잔을 주고 받다가 밤 내내 무섭게 시달린 적이 있다. 친구는 세상 뜨기 전 말년까지도 알콜중독 후유증에 시달렸다.
친구는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동기들로부터 점차 잊혀져 갔다. 내가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14년 7월이다. 여주에서 농사를 짓는 한 친구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몇들이서 만났다. 그리고는 못 봤지만, 전화는 자주 주고 받았다.

올해 초에 친구가 죽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떠돌았다. 헛소문이었다. 나는 그런 헛소문 때문에 친구는 아마도 오래 살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일년을 못 채우고 세상을 허망하게 뜬 것이다. 강우석 친구의 명복을 빈다.
(사진은 2014년 7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났을 때 내가 찍은 것이다. 오른 쪽이 고인이다.)






#故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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