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인호 유고집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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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故 최인호 유고집 <눈물>

by stingo 2025. 3. 3.

정발산 역에 내렸다.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 나에게는 익숙한 길이다.
공원 쪽으로 한참을 걸어가다,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어, 이게 아닌데,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발산 역에 내린 건 호수공원을 가기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길에 서서 잠시 생각을 했다.
한 이름이 떠올려 졌다. 최인호, 그렇지 최인호를 만나러 가는 길이지.
나는 가던 길을 돌아 광장 옆 건물들이 늘어선 쪽으로 들어섰다.
한 건물의 7층 706호 앞 얌젼하게 놓인 쇼핑백에서 최인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물>, 최인호 유고집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이 세상을 뜬지 꽤 됐다. 2013년이니까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가 어떻게 세상을 뜬지 대강은 알고있다. 암에 걸려 투병을 하다 저 세상으로 갔다는 것.
그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그가 죽고나서는 그를 잊고 있었다.
그런 나를 <눈물> 이 책이 다시 최인호를 만나게 해준 것이다.

집으로 오는 전철 안, 그리고 집으로 와 펼쳐보면서 느껴졌었던 건,
역시 최인호 다운 그 특유의 감성이라는 것이다. 구겨지지 않고 항상 펴지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들,
그것은 그의 생애 마지막에까지 오롯이 그의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써 행간마다에서 톡톡 튀고 있었다.
고통도, 슬픔도, 기쁨도, 환희도 우울함도 모두 글 속에서는 최인호의 감성으로 용해되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러니 최인호는 천생 글쟁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최인호가 생의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않고 글을 쓴 흔적으로 점철되고 있다.
그래서 유고집일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 책은 독실한 가톨릭신자로서 생사의 기로에서도
기도를 잊지 않았던 최인호의 신앙고백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도를 담은 글 중에 아래 기도는 기도이면서도 뭔가 글쟁이 최인호 다운 감성 속에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바람을 담고있어 눈길을 끌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죽.고.싶.습.니.다.”






#최인호유고집#<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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