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 역에 내렸다.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 나에게는 익숙한 길이다.
공원 쪽으로 한참을 걸어가다,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어, 이게 아닌데,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발산 역에 내린 건 호수공원을 가기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길에 서서 잠시 생각을 했다.
한 이름이 떠올려 졌다. 최인호, 그렇지 최인호를 만나러 가는 길이지.
나는 가던 길을 돌아 광장 옆 건물들이 늘어선 쪽으로 들어섰다.
한 건물의 7층 706호 앞 얌젼하게 놓인 쇼핑백에서 최인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물>, 최인호 유고집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이 세상을 뜬지 꽤 됐다. 2013년이니까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가 어떻게 세상을 뜬지 대강은 알고있다. 암에 걸려 투병을 하다 저 세상으로 갔다는 것.
그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그가 죽고나서는 그를 잊고 있었다.
그런 나를 <눈물> 이 책이 다시 최인호를 만나게 해준 것이다.
집으로 오는 전철 안, 그리고 집으로 와 펼쳐보면서 느껴졌었던 건,
역시 최인호 다운 그 특유의 감성이라는 것이다. 구겨지지 않고 항상 펴지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들,
그것은 그의 생애 마지막에까지 오롯이 그의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써 행간마다에서 톡톡 튀고 있었다.
고통도, 슬픔도, 기쁨도, 환희도 우울함도 모두 글 속에서는 최인호의 감성으로 용해되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러니 최인호는 천생 글쟁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최인호가 생의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않고 글을 쓴 흔적으로 점철되고 있다.
그래서 유고집일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 책은 독실한 가톨릭신자로서 생사의 기로에서도
기도를 잊지 않았던 최인호의 신앙고백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도를 담은 글 중에 아래 기도는 기도이면서도 뭔가 글쟁이 최인호 다운 감성 속에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바람을 담고있어 눈길을 끌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죽.고.싶.습.니.다.”



#최인호유고집#<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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