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촌동에서 후배와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나는 프랑스의 성모마리아 발현지인 루르드(Lourdes)에서 만들어진 화병을 갖고 나갔고,
후배는 일본의 어느 도자기 가문에서 제작된, 책 볼때 페이지를 고정시키는 문진을 갖고 나왔다.
’물물교환’이라니, 무슨 상거래처럼 딱딱하고 냉정한 느낌이 들 것인데,
그냥 우스개 소리로 그렇게 표현해 본 것이다.
내가 후배에게 루르드 화병을 줄 것이라 마음 먹은 건 꽤 됐다.
그런데 그게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화병은 후배가 아니라 제수 씨에게 주는 것이다.
나는 이 화병을 갖고 있으면서 뭐랄까, 일종의 자격지심에 따른 부담감 같은 게 있었다.
내 신앙심이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자격지심이었다.
제수 씨는 신심이 나보다 훨씬 깊다. 그래서 내가 이 화병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는
제수 씨에게 가는 것이 응당하다고 생각을 해왔었기에 오늘 후배를 통해 제수 씨에게 준 것이다.
나는 이촌동에 가기 전에 루르드 화병 얘기를 하면서 들고 나갈 것이라고 후배에게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후배는, 그럼 자기는 문진을 갖고 나가겠다고 했다.
문진 역시 후배가 일본서 나를 생각하고 사서는 나에게 주려고 했는데 그간 여의치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문진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용도가 그런 것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문진은 예쁘고 앙증맞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 이삼평의 후예 집안에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후배와 나는 오늘 ‘물물교환’을 하면서 소주를 마셨다.
두 병을 시켜서 한병 반을 마셨는데,
내가 요즘 술을 마시지 않기에 후배가 한병, 내가 반병 정도를 마셨다.




#배환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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