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수련(1935-2007)이라는 영화배우가 있었다.
1950, 60, 70년대를 풍미한 스타급 배우였다. 물론 지금은 고인이 된지 오래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인 1950년대 후반, 이수련의 인기는 대단했다.
신성일이 나오기 전까지 아마 이수련이 그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청춘스타로 각광을 받았을 것이다.
국민학교 때 배 머시기라는 친구가 있었다. 아버님이 기름회사 대표인 부자집 아들로,
마산 도심 중성동에 있던 그의 집은 넓은 정원을 갖춘 저택이었다.
이 친구와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도 같은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1학년 때 이 친구 집을 자주 놀러갔다.
친구 어머님이 친구와 나를 위해 조그마한 공부방을 마련해 주었기에 나는 거의 매일 친구집에 갔다.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을 것이다.
친구랑 공부방에서 놀고 있는데, 대문이 열리고 누가 들어오고 있었다. 여럿이었다.
그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최신 패션의 양복에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고 머리엔 뽀마드를 발라 반질거리는 풍모의 잘 생긴 남자였다.
바로 이 사람이 이수련이었다. 이수련은 친구의 외삼촌으로 마산 출신이었다.
나는 이수련이 친구 외삼촌이라는 알고 그게 무척 부러웠다. 이수련은 친구를 좋아했다.
그날 이수련은 친구와 나의 공부방에 잠시 머물렀다. 나는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당대의 청춘스타와 시간을 함께 가진다는 건 어린 마음에도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이수련은 공부방을 나가면서 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공부 잘 하는 착한 학생이 되라고 격려했던 게 내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오늘 그 옛날의 이수연을 만났다.
텔레비전 어떤 방송에서 옛날 한국영화를 방영해주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 이수연이 출연하고 있다.
1959년에 나온 ’여사장‘이라는 흑백영화로, 여기서 이수련은 조미령과 주연을 맡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눈에 익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도 이 영화를 마산의 당시 시민극장에서 봤던 것이다.
영화를 보며, 이수련을 보며 나는 추억에 젖어 들었다.
이수련은 나의 마산고등학교 대선배이기도 하다.
동국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수련은 고교시절 연극활동을 많이 했다. 마산의 문화관련 기록에 남아있기로,
이수련은 고등학교 다닐 적에 당시 마산고 국어교사였던 김춘수 시인 등과 함께 연극을 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아래 사진은 영화의 장면을 찍은 것입니다.)


#이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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