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폴릿콥스카야(Anna Politkovskaya)와 '러시안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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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안나 폴릿콥스카야(Anna Politkovskaya)와 '러시안 다이어리'

by stingo 2020. 7. 21.

안나 폴릿콥스카야(Anna Politkovska)는 러시아 언론인이다. 한편으로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다. 푸틴이 러시아 권력을 장악한 이래, 푸틴에게 가장 강하게 맞섰던 언론인이다. 그녀의 관심사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때 발발한 체첸 전쟁이다. 이 전쟁은 옐친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부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전쟁이다.

푸틴의 러시아 장악은 옐친과의 타협의 산물이다. 그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푸틴 또한 마찬가지였다. 2차 체첸 전쟁을 일으켜 권력 유지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체첸 전쟁은 학살과 고문으로 체첸 인들이 말살당하는 완벽한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 이 참상과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녀는 50여 차례 체첸을 드나들었다. 안나는 푸틴을 옐친보다 더 잔혹한 독재자로 보았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2004년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 테러사건,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봉쇄사건 등 푸틴이 권력유지를 위해 자행한 대중조작과 인권 유린 현장에 안나는 언제나 있었다. 이런 안나를 푸틴이 그냥 놔둘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푸틴이 재선된 후 2004년 9월 로스토프 행 비행기 안에서 독이 든 차를 마시고 사경을 헤매다 겨우 살아났다. 푸틴은 그러나 끈질겼다.

결국 그녀는 2007년 10월 7일 모스크바의 자택 아파트 엘리베이트 안에서 총을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그날은 푸틴의 생일이었다. 잔인스러운 암살이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그 배후가 누구인가에 대해 미궁인 채로 남아있고 푸틴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딱 잡아떼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죽인 이 사건이 누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러시안 다이어리,’ 이 책은 그녀가 죽기 전까지 취재해 남긴 체첸 전쟁 등 현장에서의 기록과 그에 대한 느낌을 추려서 묶은 책이다. 원제는 ‘The Estate of Anna Politkovskaya.' 

이 책을 읽으면서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려진다.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이 뭔가 의뭉스러운 정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국의 향배가 안개속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즈음 우리 언론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 진실 보도는 차치하고 아예 보도의 기능 조차가 가동되고 있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다. 권력에 의한 통제 내지는 권력에 대한 아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있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의 말로가 권력에 의한 죽음으로써 평가받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좀 건조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감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막상 읽어갈 수록 재미를 더 한다. 동병상련이 보태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존 스노(John Snow)가 쓴 이 책 서문의 한 부분이다.
    
“... 그녀의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진실을 발견하려는 지칠 줄 모르는 집념이 비친다. 하지만 보도를 위해 안나가 감행했던 치명적인 위험도 동시에 보인다. 최고 수준의 언론을 향한 쉼 없는 열망을 대다수 사람들에게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밝게 타오르는 등불, 또는 완전성, 용기, 헌신을 재는 척도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 세월 동안 그녀를 만났던 이들은 그녀가 명예나 명성에 연연하지 않았고, 결코 두 발을 이 땅(러시아)에서 뗀 적이 없었다고 능히 증언한다. 생애 마지막까지 그녀는 겸손했고 청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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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사람들은 종종 나를 두고 염세주의자라고 한다. 내가 러시아 국민의 저력을 믿지 않으며, 강박적이리만치 푸틴에 대해 반대만 하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문제다. 나는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좋은지를 알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를 원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과, 이런 진실을 감추려고 긍정적인 면만 보려하고 부정적인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척 군다는 것도 알고 있다. 큰 이파리 밑에서 자라는 버섯은 그 한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필시 누군가가 버섯을 발견하고 잘라 먹어 치울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버섯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 Anna Politkovskaya(1958-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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