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음'이라는, 無名으로 남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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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음'이라는, 無名으로 남은 친구

by stingo 2020. 7. 29.

카톡 메시지를 정리하는데, '알 수 없음'이라는 명의의 상대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다. 누군가고 열어 보았다. 지지난 해 9월에 주고받았던 서너 개의 메시지다. 내용을 드려다 보는데 갑자기 몸에서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다. 지난 해 3월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대화다. 당시 투병 중이던 친구에게 가을 아침 일산 호수공원을 걸으며 독려하는 마음으로 호수를 찍은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고 그 친구도 화답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당시 아이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바빠져 있었을 것이라 그에 대한 나의 격려도 담겨있다. 친구와의 대화는 그 몇 개로 끝이었다. 그 후 전개되는 친구의 어려운 상황은 생각하기 조차 끔찍하다.

 

그 친구가 이름 대신 '알 수 없음'으로 나와 있는 것에서 새삼 친구의 부재를 느낀다. 친구의 전화가 해지되었으니, 카톡에서도 그에따라 그렇게 처리했기에 '알 수 없음'이라는 이름으로 뜨게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 슬픈 마음이 든다.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한 친구가 '알 수 없음'의 무명으로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게 그렇다.

 

십여년 전에 죽은 한 친구는 당시 젊은 부인을 남겼는데, 친구 세상 뜨고 꽤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 내 전화번호부에 그 친구 옛날 전화번호가 남아있어 술 취한 김에 전화를 한번 해 봤다. 그랬더니 바뀐 전화번호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떤 여자 분이 전화를 받았다. 친구의 젊은 부인이었다. 그 분은 친구를 잊지 못해 친구의 전화를 그때까지도 해지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적잖은 세월이 흘렀기에 아마 그 부인도 친구 전화를 해지했을 것이다.

 

아무튼 사람이 가고나면 결국은 살아있는 주변에 남겨지는 것은 그런 것들일 것인데, 그게 어느 날 불쑥 나타나면 그 한 때나마 잊고있던 고인을 생각하고 추억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 그런 일이 우연히 나에게 일어났고 나는 그래서 그 친구에 대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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