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RIP.
영어에 좀 과문하지만 이 약자 영어의 뜻은 안다. Rest In Peace,
그러니까 말하자면 죽은자에 대해 명복을 빈다는 관용구이다.
오늘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관련해 SNS에 이 영어식 추모 말이 군데군데 보여진다.
명복 빈다는 걸 한국말로 하면 어디 덧날까.
그런데도 이러는 걸 보면 뭔가 드러내놓고 그러기를 저어하는 소극적인 추모의 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쨌든 죽음은 죽음이고 과오는 과오다.
이래저래 참 개운치 않은 오늘 아침이다.
좀 냉정해지자. 이런 일 한 두번이 아니지 않은가.
망자를 두고 생전의 이런 저런 언행을 나쁘게 평가하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많다.
젊잖 잘 빼는 보수층들이 대개 그렇다. 진영논리로 보자면 이러니 보수는 백전백패다.
진보좌파는 또 얼마나 이런 죽음을 '희생양'으로 삼아 길길이 날뛰며,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의 그림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그로써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충분히 이용할 것이다.
죽음의 표면적 이유는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웬지 잘 짜여진 그림처럼 보인다.
그 사람이 죽기 바로 전 날, 이 정권의 아무 아무 실력자를 만나고 전화를 주고받았다는 보도는
그저 한 줄 가십(gossip) 성 얘기로 묻혀 버려지고 말 것인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와 동기, 그리고 그 과정은 언제나 속 시원하게 밝혀질까.
망자는 말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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