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인터넷 보도전문 매체인 CBC에 익살스러우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한 건의 부고기사(obituary)가 게재됐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를 직접 쓰고 세상을 떠난 캐서린 헌(Kathleen Hearn)의 얘기다.
특이한 것은 CBC가 헌의 이 기사를 다루면서 그녀의 나이라든가, 사인 등에 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하고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죽기 전 그렇게 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캐서린이 쓴 '부고'는 그녀의 시누이인 도로시 헌(Dorothy Hearn)에 의해 공개됐는데, 이 부고에서 캐서린은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 글 어디에서도 어두운 기색은 없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평소 재미있고 재치가 남달랐던 그녀의 일상 그대로의 삶이 녹아있는 재미가 넘쳐나는 글이다. CBC는 그 가운데서도 몇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It pains me to admit it, but apparently, I have passed away … I now will check the obituaries and finally see my name there," (내가 그것을 인정하는 건 고통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죽을 것이다... 나는 나에 대한 부고기사를 체크할 것이며, 그것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볼 것이다)
"As I leave you all behind, I want to thank all those who were part of my life and the butt of my jokes." (여러분들을 뒤로 하고 떠나면서 나는 내 인생의 일부들인 여러분과 특히 내 농담을 재미있게 들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In the meantime, I now have the smoking hot body I have always wanted… having been cremated." (나는 내가 항상 원했던, 타오르는 연기처럼 뜨거운 몸을 지금 갖게 되었고, 나는 곧 화장될 것이다"
캐서린은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마지막 화학요법을 받던 클리닉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고, 클리닉의 스탭들을 항상 웃게 만들었다.
캐서린은 캐나다 시간으로 목요일 사망했다.
관련기사: https://www.cbc.ca/news/canada/newfoundland-labrador/kathleen-hearn-obit-1.5646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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